“팔다리와 같이 임금이 가장 믿고 중히 여기는 신하”
혹자는 말하겠지요.
나는 몰랐다고, 그러니 죄가 없다고.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총지휘했던 고광지신의 아돌프 아이히만은 법정 최후진술에서 말했습니다.
나는 명령을 따랐을 뿐이며, 신 앞에선 유죄지만 법 앞에선 무죄다.그러나 학살의 현장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작가 프리모 레비는 인간이 겪는 고통과 인간이 저지른 모든 죄에서 자신의 고통과 죄를 보았습니다.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 그는 살점도 없이 사라진 히로시마의 소녀에게서 아우슈비츠에서 죽은 열세 살 안네 프랑크를 떠올렸고, 그 어린 목숨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들에게 분노했습니다.
그리고 호소했습니다.
더러운 자본의 권력, 끊임없는 탐욕의 침략자들/ 그대들은 그동안 하늘이/ 우리에게 내린 고통만으로는 정녕 부족하단 말인가/잠깐만, 아주 잠깐만 멈추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 타인의 고통은 나의 고통이다. (‘아우슈비츠의 소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