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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_남아수독오거서 (男兒須讀五車書)

“남아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 분량의 책을 읽어야 한다.”

1974년생 작가 김숨의 <간과 쓸개>라는 책이 있습니다.
주인공인 간암을 앓는 67살 사내가 있고 쓸개즙이 넘쳐 장기가 썩는 중인 92살의 누님이 있습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 병에 걸려 서서히 죽어가는 일이 한 존재의 의미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또 그런 이의 눈에 그를 둘러싼 인간과 세계가 어떤 방식으로 낯설어지는지 알게 됩니다.

아무래도 이 소설의 핵심은 바닥 모를 저수지나 귀뚜라미 시체 같은 이미지들과 사내의 마지막 울음 속에 있겠지만, 주인공 사내가 떨어진 머리카락 한 올의 무게가 천근처럼 느껴져 줍지 못했고, 수도꼭지 잠글 일이 아득하여 서너 대야의 물을 흘려보냈다, 라는 식의 무심한 디테일들에 가슴이 먹했습니다.
그 상황과 글귀를 음미하며 특히 오래 머물러 있었습니다.
남아수독오거서라고 했지요, 처음으로 세월을, 노인이 되어 세상을 살아갈 그 모습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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