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은혜, 오래된 의리라는 뜻. 은혜는 조조에 대한 것이요, 의리는 유비에 대한 것”
며칠 전 길거리에서 비를 만났습니다.
우산 파는 데가 보이지도 않았고 늦은 시간에 여기저기 우산 살 데를 찾아 다니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큰 비가 아니니 잠깐 맞아도 상관없을 거라 싶었는데 고맙게도 행인 한 분이 우산을 씌워주셨습니다.
길거리에서 남의 우산을 같이 써본 것이 그야말로 오랜만이라 고마운 마음보다 멋쩍은 마음이 먼저 드는데, 그 우산 사양하지 않기를 잘 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그날 비 내릴 거라는 예보도 알지 못했고, 정부 발표와는 달리 한국이 방사능 절대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도 알지 못했으니 내 미련함을 나중에야 깨달아서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그 행인의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비는 몰라도 그 비만큼은 피하게 해주어야겠다 싶었을 것입니다.
방사능에 오염된다고 해서 그게 전염병은 아니겠으나, 전염병인 감기보다 더 피하게 해주고 싶었을 그 마음이 참으로 고마워서입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그렇다.
신의구의 처럼 큰 위험 앞에서 위로가 되는 것은 뜻밖에 작고 소박한 도움들입니다.
말하자면 우린 모두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며 그 위험으로부터 우리가 모두 다 함께 안전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