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문_세계경영연구원 정책포럼 강연 연설문

연설자 : 기획재정부장관 윤증현
제 목 : 세계경영연구원 정책포럼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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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말씀)
여러분, 반갑습니다.기획재정부장관 윤증현입니다.우선, 이런 뜻 깊은 자리에 초대해 주신 전성철 이사장님을 비롯한 세계경영연구원 mmp mmp(masterpieces on management program) : 세계경영연구원내의 연구모임으로서 100여명의 기업 및 금융기관 ceo로 구성 회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그 동안 세계경영연구원의 정책포럼은 정부와 기업 경영자간의 열린 대화를 통해 우리경제와 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하는 데 의미있는 장을 제공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 오는 길에 남산을 보니 단풍이 들기 시작했더군요.제가 가끔씩 들춰보는 법정 스님의 잠언집 법정잠언집 :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06) 中 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겪는 온갖 고통과 그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의지적인 노력은 이 다음에 새로운 열매가 될 것이다.그 어려움을 어떤 방법으로 극복하는가에 따라 우리 모습은 결정된다.
무척 단순하고 평범한 말이지만, 여기 계신 여러분을 포함해서 우리 경제주체들이 세계적 금융위기를 힘들게 헤쳐 온 과정을 되돌아보면서 많은 감회를 느끼게 됩니다.바로 1년 전쯤 리먼 브러더스 파산보호신청을 계기로 미국의 금융위기가 세계적인 경제 금융위기로 급속히 확산되었습니다.우리경제도 자본이 빠져나가고 수출이 급감하면서 성장과 고용이 큰 폭의 (-)를 보이고 금융시장이 각종 위기설에 휩싸이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다행히도 최근 우리경제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빠른 회복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법정 스님의 말씀처럼 경제의 세계에도 공짜 점심이 없고, 오늘의 노력없이 내일이 없음을 되새기게 됩니다.오늘 이 자리가 당면한 위기극복을 넘어 좀 더 긴 호흡으로 우리경제의 앞날에 대해 여러분과 함께 고민해 보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최근 경제상황 평가)
먼저 최근 대내외 경제상황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외 경제여건>
최근 세계경제는 당초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침체국면이 마무리되어 가는 모습입니다.2/4분기에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의 성장이 5분기 만에 ()로 전환되었고, 미국도 주택시장이 바닥을 벗어나는 가운데 3/4분기에는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이러한 세계경제의 개선 추이를 반영하여 imf도 10월초에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금년 1.4% 1.1%로, 내년 2.5% 3.1%로 상향 조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우려와 걱정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고용부진의 지속, 금융부실의 확대 우려, 각국의 출구전략 시행 등을 근거로 세계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이른바 더블딥 주장이 그 중 하나입니다.스티글리츠, 크루그먼, 닥터 둠으로 불리는 루비니 교수 등이 그런 비관론자에 속합니다.그러나 세계경제의 회복추세와 주요국의 정책대응능력, 국제공조체제 등을 감안할 때 더블딥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다수의 평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국내 경기여건 >
우리경제도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2/4분기에 전기비 2.6%란 oecd 최고수준 터키의 2.7%에 이어 두 번째 높은 성장률의 성장률을 기록하였고 오늘 아침 한은의 발표에 따르면, 3/4분기에도 2.9%(속보치)라는 고성장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습니다.3/4분기 성장률은 재정 환율 유가 등의 제약요인을 감안할 때, 말 그대로 surprise에 해당합니다.추석이 작년 9월에서 금년에는 10월로 이동한 데 따른 효과와 노후차량 교체에 대한 세제지원 등이 일시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사실이지만, 3/4분기 성장률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경제의 흐름측면에서, imf가 7월까지도 우리나라의 금년성장률 전망을 4%로 유지 imf 금년도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 : (4월) 4% (7월) 3% (10월) 1%하였는데, 불과 몇달만에 연간 성장률이 ()로 전환될 가능성이 점쳐질 정도로 빠르게 상황이 개선되었고 성장의 내용면에서도, 재정여력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점차 민간부문이 바통을 이어받아 회복세를 이끌기 시작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정부도 매주 대통령이 직접 지하벙커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는 등 신속하고 과감한 정책대응을 해왔습니다만, 무엇보다도 산업 및 금융의 현장에서 기업을 이끌어 오신 여러분들의 역할이 컸다고 봅니다.
다만, 위험정도가 줄어들었다 할지라도 세계경제 회복지연 가능성, 자산시장 불안 소지, 유가상승, 신종플루 등 위험요인이 남아있는 만큼 계속 경각심을 가지고 경제여건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하겠습니다.저는 그동안 정책담당자로서 불필요한 비관론과 지나친 낙관론을 모두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cautiously optimistic 즉 조심스럽게 낙관한다는 균형잡힌 시각이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봅니다.이러한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 하에서 최근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출구전략의 시행과 관련한 몇 가지 이슈에 대해 짚어보고자 합니다.
(출구전략 시행에 대한 주요이슈
먼저, 출구전략의 시행시기 및 고려요소에 대한 것입니다.최근 경기회복이 진행되고 호주가 g-20국가 중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습니다.일부에서는 출구전략의 시행을 서둘러야 한다고 하고 또 한편에서는 최대한 신중하게 기다렸다가 시행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합니다.하지만 출구전략의 시행시기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는 관련된 위험을 균형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정책기조 전환이 너무 빠르면 30년대 대공황기의 미국이나 90년대 일본처럼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고
너무 지연되면 인플레나 자산버블을 유발하여 또 다른 위기요인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따라서 출구전략 시행시기에 대한 판단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하기는 어렵습니다만, ⅰ) 경기 및 고용, ⅱ) 물가 ⅲ) 자산시장 상황, ⅳ) 국제공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출구전략 시행이 너무 성급하지도 않고 너무 늦지도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우리의 경우 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아직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민간부문의 자생적 경기회복력이 아직 미흡한 수준이고 고용부진이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물가안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자산시장의 과열우려도 진정되고 있기 때문입니다.아울러 호주가 지난 10월초에 물가 및 자산시장 불안을 우려하면서 금리를 올렸지만, 다른 주요국에서는 아직 금리인상 움직임이 없는 상황입니다.
한편으로 출구전략과 관련하여 국제공조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것입니다.지난 9월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사항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겠습니다.재정과 금융, 통화 등 위기대응을 위해 시행한 대책의 정상화는 ⅰ) 경제회복이 공고화되었을 때 대국에 미치는 영향(spill-over effects)을 감안하여 질서정연하게 시행되어야 하며 ⅲ) 출구전략의 시행 시기, 규모, 순서는 국가나 정책형태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따라서, 정책공조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적기에 정책기조를 전환하지 못함으로써 우리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지나친 우려이며 국제공조에 대해 모든 국가가 일률적, 기계적으로 접근할 사안은 아니라고 봅니다.정부는 국제공조의 정신을 지키면서도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정책을 시행해 나갈 것입니다.
한편에서 다른 나라가 경기부양을 지속하고 있을 때 우리가 먼저 출구전략을 시행하는 것이 충격을 줄일 수 있어 이득이라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그러나 개별 국가차원에서 이해득실을 따져서 제각각 정책대응을 한다면, 힘들게 이룩한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손상을 입게 되어 결국 어느 나라에도 이익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그러한 인식을 공유한 결과 지난 g-20 정상회의에서 국제공조에 대해 합의를 한 것이며, 세계경제의 일원으로서 국제적인 합의나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익에도 부합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다음으로는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위기이후를 대비한 과제들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위기 이후 재도약 과제)
1.위기이후 세계경제 모습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세계경제를 후퇴시킨 이번 위기가 세계경제에 어떤 내용의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습니다만 세계경제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paradigm shift)를 가져 올 만큼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별 이견이 없다고 봅니다.그만큼 지금 상황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나게 되는 격동기라고 할 수 있으며,리경제의 지향점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세계경제질서의 변화>
위기이후에 나타날 주요한 변화로는 우선 세계경제질서에서의 변화를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paul kennedy 예일대 교수나 kenneth rogoff 하버드대 교수처럼 미국의 퇴조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다만, 그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미국이 과거처럼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지기는 어렵지만 소프트파워를 기반으로 상당기간 동안 국제사회의 리더로서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주 파이낸셜 타임즈에 down but not out이라는 제목으로 달러화에 대한 분석기사가 실린 것을 보았습니다만, 미국의 영향력 약화는 불가피하더라도 미국이 어느 한 라이벌에 의해 대체되는 상황으로는 가지 않는다는 것이 객관적인 전망일 것입니다.하지만 한편으로는 g2라는 용어가 시사하듯이 이번 위기를 통해 세계경제에서 중국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이러한 변화과정에서 강대국간 주도권 다툼이나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 세계경제는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보고서(08.11월)도 西에서 東으로(west to east) 경제력이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신흥강국의 부상으로 인한 다극체제 전환을 예견한 바 있습니다.
<무역환경의 변화>
무역환경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미국은 자산가치의 하락과 디레버리징 등으로 과거와 같은 세계의 소비시장 역할을 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이른바 세계경제의 재균형화(rebalancing) 문제가 경상수지 적자국과 흑자국간에 상반된 입장을 통해 주요한 이슈로 대두될 것입니다.또한 세계각국이 침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자국상품 우선구매, 자원수출통제 등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할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세계무역규모는 당분간 축소 조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g-20를 중심으로 한국의 주도적 역할 등에 힘입어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려는 국제공조 노력이 나타나고 있으며, 중국이 내수시장을 보다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가져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성장률의 저하>
다음으로 세계경제의 성장률의 하락이 예상됩니다.위기이전 장기간 세계경제의 고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상황이 반전되는 가운데 위기로 인한 리스크 회피 성향으로 새로운 사업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고 구조적 실업이 늘어나 세계적으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oecd는 xxxx.xx.xx년 사이에 선진국 잠재성장률이 0.5~1%p 가량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특히 유럽국가들은 인구고령화, 인구감소 요인으로 구조적인 성장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the economist 10월 첫째주판에서도 위기 후에 성장률 자체가 하락하거나, 성장률이 회복되더라도 위기로 인한 소득 감소분을 항구적으로 잃게 될 가능성을 새로운 정상수준(new normal)이라는 용어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및 환경의 중요성>
위기후 더욱 강화될 추세로 자원 및 에너지 확보 경쟁을 들 수 있습니다.특히 중국은 2조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자원확보에 나서 왔고,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이는 안정적인 해외자원 확보에 실패하는 나라의 경우 지속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중국발 자원위기론까지 낳고 있습니다.또한 주요국들은 위기극복과 성장잠재력 확충의 동력을 그린 테크놀로지(gt)에서 찾으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 출범이후 포스트 교토체제 출범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오는 12월 코펜하겐 회의에서 새로운 기후변화체제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 위한 협상이 진행중입니다.저탄소 녹색경제로의 전환은 생산비용 구조를 변화시켜 이에 대한 적응여부가 국가와 기업의 성장에 큰 격차를 낳게 될 것입니다.
2.우리경제의 도전과제
<기존 경제패러다임의 한계>
우리경제의 발전과정을 서술하는 데 있어 빼 놓을 수 없는 요소는 수출주도형과 대량생산체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수출지향으로 부족한 내수시장을 메꾸고 대량생산체제로 빈약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동원하여 요소투입 확대와 모방에 기초한 양적 성장을 이루었으며, 한강의 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그러나 우리경제가 성숙단계에 접어들고 중국, 인도 등 대량생산체제에 더 유리한 나라들이 부상하면서 양적 성장모델에 한계를 맞고 있고 이번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기존 성장전략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우리경제의 패러다임도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경제의 도전과제>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첫 번째 미래 도전과제를 꼽는다면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 약화 가능성을 들 수 있습니다.불확실성의 증대와 기업투자 성향의 보수화로 자본투입이 정체되고 노동공급 역시 둔화되고 있습니다.이에 따라 요소투입의 둔화를 완화하고, 노동 등 생산요소의 질을 개선하는 한편, 총요소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둘째, 지나치게 높은 우리경제의 대외의존도입니다.07년 기준으로 우리의 대외의존도는 gdp의 75%로서,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은 편인 독일(72%)과 비슷하고 미국 23% 일본 31%의 2~3배에 달하고 있습니다.이번 위기시에도 드러났지만 우리경제는 외부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셋째, 성장과 고용간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점입니다.수출의 취업유발계수가 95년에 10억원당 24명에서 2005년에는 10.8명으로 급락하였는데, 수출부문의 장비고도화 추세와 함께 부품 소재 등 중간재 산업의 취약성으로 수출증가가 국내산업의 부가가치 및 고용 증가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줍니다.내수중심의 서비스업도 생산성이 매우 낮아 고용창출력이 미약한 실정입니다.
넷째,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를 들 수 있습니다.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년 현재 1.19명으로 세계평균 2.56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고, 그 결과 총인구는 2018년 4,934만명을 정점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섯째, 정규직과 비정규직,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소득계층 간에 나타나는 이중구조입니다.세계화의 진전과 기술변화의 가속화로 부문간에 성과격차가 커지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사회통합을 이루는 가운데 안정적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경제내의 격차를 줄여나가야 합니다.
3.위기이후 재도약을 위한 정책방향
孔子는 일찍이 멀리 내다보고 대책을 생각하지 않으면 걱정거리가 가까운 곳에 도사리고 있다고 한 바 있습니다.이제는 위기극복 못지않게 새로운 변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입니다.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금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경제질서 등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것이므로 우리가 그에 대비하여 경제의 체질과 구조를 개선한다면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위기대응능력 강화>
우선 경제시스템의 위기대응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우리는 97년 외환위기와 금번 금융위기를 통해 경제의 안정이 성장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거시경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재정, 통화 등 거시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중장기적으로 경제의 위기대응능력을 제고하는 한편 수출과 내수부문간 균형을 도모할 필요가 있습니다.금융부문에 대한 미시건전성 감독뿐만 아니라 거시건전성 감독기능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위기시에는 재정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집니다.재정지출을 통해 경기급락을 막고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평상시에 재정건전성을 충분히 확보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정부는 이를 위해 2013년~2014년경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고 국가채무를 gdp의 40%이내에서 관리하는 내용의 중기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성장잠재력 제고>
경제시스템의 위기대응력 강화가 방어 측면이라면 성장잠재력 제고는 공격 측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우선 수출중심의 제조업과 내수위주의 서비스업의 확대균형발전은 우리경제의 체질개선과 질적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조건입니다.협소한 내수시장과 빈약한 부존자원을 감안 할 때 제조업과 수출산업의 경쟁력 확보가 지속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그러나 우리경제에서 고용의 약 70%, gdp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생산성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는 못하는 서비스산업을 그대로 두고는 우리경제의 선진화는 요원할 뿐입니다.해외소비를 국내로 전환할 수 있고 동시에 해외수출이 가능한 교육, 의료 등의 고부가가치 서비스업과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사회서비스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지식기반사회에서 경쟁력의 원천은 교육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습니다.교육에 자율과 경쟁원리를 폭 넓게 적용하여 교육제도를 근원적으로 개혁하는 방안에 대해 우리 모두가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지금 세계는 누가 더 환경 친화적인가를 놓고 경쟁하는 green race를 벌이고 있습니다.저탄소 녹색성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이미 미국, 일본, eu 등에서 시작되어 우리나라가 바짝 뒤따르는 형국이지만 우리는 it, 기계 등 관련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됩니다.환경을 지키면서 삶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미래전략으로서 녹색성장을 추진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저출산 고령화 대비>
그린스펀 전 frb의장은 다가올 인구구조 변화는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쓰나미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한 바 있습니다.저도 우리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을 들라고 한다면 저출산 고령화를 떠올릴 것입니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산을 주저하는 이유를 찾아 하나하나 풀어가야 합니다.단편적인 대응보다는 출산, 보육, 교육, 주거, 고용 등 생활 전반에 걸쳐 포괄적인 접근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습니다.특히 여성과 고령자의 근로참여를 촉진하고, 연금, 건강보험, 주택, 문화 등의 측면에서 고령화 사회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하겠습니다.고령화 자체가 재정부담으로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장기적 시계 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일과 복지의 결합>
반복되는 위기와 불안정성의 심화는 사후적이고 소극적인 복지정책에서 탈피하여 보다 적극적이고 사전적인 대응을 요구하게 됩니다.현대사회에서 복지의 핵심은 일자리이고, 고용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그러한 측면에서 보면, 교육훈련-고용-복지가 상호 연계된 통합형 복지체계가 강화되어야 할 것입니다.mb노믹스의 핵심 중 하나인 일자리를 통한 능동적 복지의 개념도 그러한 것입니다.한편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구조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대기업 중심의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으로 나누어지는 철저한 이중구조가 그렇고, 노조조직률이 10.5%에 불과한데도 이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투자유치 애로나 국가경쟁력 저하는 해묵은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노사관행과 단협이 노동관계 법제를 무력화하고 있는 불합리한 상황도 지속되고 있습니다.이러한 문제에서부터 법과 원칙을 확고하게 지켜나가는 것이 일자리 창출과 국민의 복지 향상을 위한 첫걸음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성숙한 시민의식>
위기이후 재도약을 위한 과제로서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이 바로 성숙한 시민의식과 사회적 자본입니다.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우리모습을 바라보면 gdp규모(9,300억 달러) 세계 15위, 교역규모(8,600억 달러) 세계 11위, 외환보유액(2,500억 달러) 세계 6위, 국제특허건수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 4위, 최근 하계 및 동계올림픽 각 세계 7위 등 세계 10위권대의 중견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우리주변에서 보이는 모습들은 우리의 국력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실망스런 것들이 많습니다.
법질서와 공권력이 무시당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스스로 한 말이나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고 사회 구성원간에 신뢰가 부족한 것이사실입니다.2차대전 이후에 싱가폴이나 아일랜드와 같은 도시형 국가 외에는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신뢰와 투명성, 규범과 질서, 시민의식과 같은 경제외적이고 사회문화적인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선진일류국가가 될 수 없다고 봅니다.품격 높은 국가 이미지는 한국이 세계 변방에서 중심국으로 전환하는 데 꼭 필요한 기초자산입니다.내년 11월 g-20 정상회의의 한국 개최를 계기로 세계의 이목이 한국에 집중될 것입니다.행사의 성공적 개최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의 본모습을 세계에 올바로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맺음 말씀)
지금까지 위기이후 재도약 과제에 대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위주로 말씀드렸습니다.무엇하나 쉽게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과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우리에게 결단과 추진력,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는 의지와 용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에릭 캔델이라는 노벨상 수상 생물학자의 자서전 기억을 찾아서(in search of memory), 2009 번역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나는 장기적인 헌신을 좋아한다.덧없는 로맨스를 좋아하지 않는다(i like long-term commitments, not brief romances)
일생을 통해 학문에 매진했던 노학자의 깊은 통찰을 발견하게 됩니다.우리경제의 구조적인 과제 해결에도 정말 장기적인 헌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다행히도 우리에게는 충분한 저력이 있습니다.우리경제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수많은 위기를 겪으면서도 이를 극복하고 성공스토리를 만들어 오지 않았습니까.오바마 대통령도 위기일수록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로 dont waste a crisis(위기를 낭비하지 말라) 라는 표현을 썼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습니다만 이번 위기를 통해 노출된 우리경제의 구조적 취약요인들을 냉정하게 드러내서 평가하고 위기이후 도래할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에 맞추어 미래의 도전과제들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간다면 우리경제의 성공스토리는 과거 완료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 될 것입니다.
지난주 파리에서 열렸던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김연아 선수가 역대 최고점을 얻는 모습을 뉴스화면을 통해 보았습니다.체계적인 지원시스템도 없고 변변한 연습장을 구하기도 어려운 척박한 현실에 굴하지 않고 도전정신과 끈기로 버텨낸 결과 오늘의 김연아 선수가 쟁쟁한 경쟁상대들을 물리치고 정상에 설 수 있게 되었다고 봅니다.우리경제도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아 결국 더 강해지는 편에 서게 될 것이며,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 모두의 노력과 열정이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이 한겨울에 코끼리를 끌고 병사들과 알프스를 넘으면서 했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오늘 제 말씀을 마치고자 합니다.
aut inveniam viam aut faciam(아우트 인베니암 비암 아우트 파시암) 극복하지 못할 난관이란 없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9년 10월 26일
기획재정부장관 윤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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