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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사_열매 맺은 사랑을 위하여

열매 맺은 사랑을 위하여
선생이라는 직업 덕에 저는 몇 번의 주례를 부탁 받고는 했습니다.y
그럴 때마다 늠름한 젊은이들의 새 시작을 축원하는 마음에 가슴이 뻐근하도록 벅차오르곤 했었습니다.허나 단언컨대 제가 자리한 그 어떤 결혼식도 오늘의 것보다 아름답지는 못했습니다.오늘 가장 특별하고 아름다운 결혼식에 참석해주신 하객 여러분, 감사합니다.y
제 앞에 선 두 사람은 이제 청년의 얼굴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y
제가 기억하는 학부 때 두 사람의 얼굴은 더 앳되고 풋풋한 것이었는데,
10년의 세월은 두 사람을 중년의 모습으로 바꾸어놓았습니다.
그렇지만 두 사람에게는 청년의 열렬한 사랑보다
뭉근하지만 오래 타오르는 불과 같은 사랑이 있습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동자에 정열은 없지만 애정과 존경이 담겨 있습니다.
힘들고 가난한 세월을 이겨온 신뢰가 그 증거이고,
두 사람의 곁에 서 있는 사랑스런 아이들이 증인이 될 것입니다.y
나는 언제나 젊은 부부들에게 축원하고는 했습니다.y
결혼이란 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축복된 일이며,
행복한 결혼생활은 가장 아름다운 열매와 같다고 말입니다.
그와 동시에 그 열매를 얻기 위해 일구어야 하는 노력에 대해서도 말해왔습니다.
대개 막 결혼으로 접어드는 젊은 부부들은 사랑의 맹아만을 알 뿐이요,
그 나무가 자라고 열매 맺는 데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등한시하기 일쑤인 까닭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굳게 믿음이 그 첫째요
어떠한 고난 속에서도 오늘의 맹약을 깨뜨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그 둘째요,
모든 일을 사랑과 대화로서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 그 셋째라고 말했습니다.
제 앞에 선 두 분은 몸소 그것들을 실천해왔습니다.y
힘든 세월, 가난과 세파 속에서도 가장의 용기는 꺾이지 않았고,
아내의 신뢰 또한 깨어지지 않았습니다.y
결혼 생활 10년 만에 가장 보기 좋은 옷을 입고 제 앞에 선 이 부부의 사랑은
이미 가장 단단하고 튼튼한 열매로 맺었습니다.y
오늘 이 식은 하객들 앞에서 그 사랑을 다시 한 번 인정받는 일일 것입니다.
서로의 손을 굳게 잡고 있는 이 부부 앞에서
저는 감히 축원합니다.
앞으로 더욱 거센 파도가 오더라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서로의 손을 놓지 않고, 두 눈동자를 오롯이 바라보며 살아갈 것을 말입니다.y
끝으로, 굳건한 사랑으로 여러분 앞에 선 이 부부의 현재와 미래를 깊이 축원하며 주례사를 마칩니다.y
2000년 00월 00일
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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