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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사_문인 협회장 퇴임식 인사말(시대정신, 자부심)

우리의 펜에 새겨진 시대정신을 기억합시다
안녕하십니까?
글쟁이는 글로써 인사를 드림으로 족할 것인데
이 부족한 사람의 마지막을 기억해주시기 위해 오늘 자리를 만들어주시고 이렇듯 참석해주신 여러분의 마음에 한없는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저로서는 마지막이지만,
우리 협회로서는 휴지가 아닌, 단절이나 끝도 아닌, 새로운 시작일 것입니다.
우리 협회는 종종 누명을 쓰기도 하고
정권의 은근한 감시 대상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상아탑 속의 고상한 문학이 아닌, 사회로 향하는 문학을 지향한 까닭이며
우리의 가슴이 뜨거웠던 까닭이었습니다.
이제 와 반추하면 심신이 고단했고 피로했던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우리의 생활은 실로 누추하기 이를 데 없었고
협회의 외관 또한 남루하였습니다.
번듯한 건물에서, 근사한 연단에서 인사를 드릴 수 있음에 문득 무엇인가 북받치는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우리의 생활은 남루했을지언정 우리의 펜은 나날이 날카로워지고
그 끝은 항상 시대를 향해 있었음을 기억해주십시오.
우리는 시대의 목격자, 가장 날카롭고 섬세한 눈을 가진 목격자로 살아왔습니다.
세상과 소통하고 사회의 양지와 음지를 오가며, 가장 음습하고 구석진 곳 그 끝에서 우리의 글은 그 빛을 더해갔습니다.
그러한 협회의 장으로 살았던 지난 날,
제 여생을 살아가게 할 큰 명예로 남을 것을 압니다.
흔히들 늙은이의 현재는 단지 회상이라 합니다.아름다운 과거를 회상함으로써 노인은 긍지를 가지고 비루한 삶을 살아갈 용기를 갖게 되는 법입니다.
제게 되새기고 곱씹을 자랑스럽고 영예로운 기억을 주신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뜨거운 심장, 살아 있는 심장에 감사합니다.
시대에 자신의 모든 재능을 쏟아 부었던 작가, 에밀졸라의 말
청춘이여, 언제나 정의와 함께 하라는 말
그 말을 남기고 저는 조용히 제 마지막 걸음을 뗍니다.
허나 여러분의 걸음이 닿는 그 곳에,
제 마음 또한 함께 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y
2000년 00월 00일
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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