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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시문_회사 세미나 강사 훈시문(동료, 음주)

동료와 술 한 잔 어떠세요.
문장대백과사전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실려 있습니다.y
알코올은 인간의 불을 끄고 그 동물에 불을 붙인다.
여러분에게 인간의 불을 끄는 술은 무엇입니까.
우선 저에게는 그 술은 소주입니다.
맥주처럼 맛이 좋은 것도 아니고 속 시원하게 꿀꺽꿀꺽 들이켤 수 있는 것도 아닌 이 술을 도대체 왜 마시나 싶으면서도 간혹 물처럼 술을 마시게 되는 날이 있다면, 그래서 인간으로서의 시간을 잘라먹게 되는 날이 있다면 그날은 어김없이 소주를 마신 날 입니다.
소주는 인간을 동물로 탈바꿈하게 하는 악마 같은 습성을 품고 있으면서도 제 스스로는 정직한 성정을 지녔습니다.
어느 시인이 말하기를, 소주는 차고 뜨거운 것만 아니라 격정의 시간을 건너온 고요한 이력이 있다, 불순의 시간을 견딘 폐허 같은 주름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 구절을 읽는 순간 무릎을 탁 치며 생각 했습니다.y
이렇게 완벽한 문장을 써내다니.y
불순의 시간을 건너온 이 고요한 이력의 술은 그래서 사람들 안에 스며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술자리를 공유하는 이들을 취기에 어리게 하고 그러다 금세 격정적으로 인간의 불을 끄고 동물에 불을 붙입니다.
술에 취해 인간으로서의 불을 끈 그 순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술자리들을 돌이켜보니, 인간이 아닌 인위를 버려 오히려 조금 더 인간다워 보였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술기운을 빌려서라도 꼭 끌어안아주고 싶은 동료가 있지는 않았는지, 평소 뾰족하게 굴던 친구가 고양이가 주인 품을 파고들듯 따뜻한 기운을 건네 오진 않았는지.
그래서 동물의 본성이 깨어나 몽롱하게 흐느적거리는 그 시간들이 소중한 것 아니겠습니까.y
알코올 내음이 없는 낮 보다 더 따뜻하고 오히려 더 인간적 입니다.
내 동료가 너무도 인위적이라면 술 한 잔 권해보는 것 어떻습니까.
내가 그간 동료들에게 인위적으로 행동했다면 술 한 잔 권해보는 것 어떻습니까.
우리의 인위적임을 인간답게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 아닙니까.
내 뾰족함이 진심이 아니었음을 굳이 말로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이 음주의 이유가 아니겠습니까.y
경청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y
2000년 00월 00일
회사 세미나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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