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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_교사 세미나 강사 발표문(체벌, 반대)

체벌을 반대 합니다.
중 고등학교 시절 체육시간에 우리는 종종 운동장에서 달리기나 토끼뜀을 했는데, 그때 뒤처진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처벌은 꼴찌 그룹을 면할 때까지 운동장을 더 뛰는 것이었습니다.y
햇볕 뜨거운 여름날, 이를 악문 채 몇 번이고 운동장을 돌아야 했던 아이들이 느꼈던 모욕감, 수치심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한 명이라도 더 제쳐야 내가 살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달리기를 하게 되지요.
속된 말로 군기가 잡히는 것 입니다.
대학교 때는 연극반에서 활동했는데, 그때 연출을 맡았던 한 선배는 연기연습을 하기 전 한도 끝도 없이 체력훈련을 시켰습니다.
토끼뜀,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등은 기본이고, 바닥에서 개구리헤엄치기, 김밥 말기 등 주로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것들 위주로 운동을 시켰습니다.
후배들의 얼굴이 오기로 일그러진다 싶으면 운동장으로 내보내 몇 시간이고 운동장을 돌게 했지요.y
그때 그 체육선생님, 연극반 선배의 공통적인 특징은 말이 거의 없었다는 것 입니다.
그들은 무조건 명령합니다.
뛰어, 꿇어, 굴러, 엎드려, 쉬어….물론 다 이유가 있었을 것 입니다.
그렇다면 이유가 있는 일을 왜 굳이 처벌처럼 했을까요.
친절하게 말로 설명하면 안됐을까요.
체력훈련을 하는 데는 적극성과 도전정신이 필요해, 그러니 조금 더 긴장해 보자.
많이 뛸수록 근력이 좋아지고 날씬해지니 더 뛰는 건 벌이 아니고 상이다.
표현력이 강화되려면 몸과 마음의 경직성, 오기, 자존심 같은 것들이 유연해질 필요가 있으니 그것을 풀기 위해 운동을 해보자, 라고 설명했더라면 혈기왕성한 우리는 스스로 더 강력한 운동에 도전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래서였을까요.
운동신경이 발달하지 못한 저는 운동, 하면 좌절감, 낭패감, 불안감 등등의 감정과 함께 언제나 처벌을 떠올립니다.y
그런 제가 운동을 좋아할 리 없고, 경쟁하는 게임이나 운동경기를 좋아할 리 없겠지요.
심리학에서 몸은 무의식의 영역이며, 무의식은 우리가 인식하기도, 통제하기도 어려운 심리영역입니다.
그러므로 사회적으로도 육체적인 고통은 매우 조심스럽게 이용됐다고 생각 합니다.
최근까지 한국사회에서 육체적 처벌이 무지막지하게 자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부모들은 알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감당할 수 없는 아이들을 통제하는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때리는 것이고, 학교에서도 집단으로 개인적으로 체벌이 가해집니다.
어떤 선생님의 매질엔 개인적인 분노가 실려 있습니다.
아니, 아무리 성숙한 인간이라도 손에 폭력적인 도구가 쥐여있을 때는 대부분 흥분하게 되고, 이성을 잃게 됩니다.y
그들의 몸에 가해진 그 분노의 문신들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육체에서 어떤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 대부분은 의식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더 무서운 일입니다.
한국의 교육현실이 가슴 아픕니다.y
해서, 저는 살아 있는 모든 존재의 육체에 처벌의식과 분노를 각인시키는 체벌에 대해 우려하고 반대 합니다.
경청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y
2000년 00월 00일
교사 세미나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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