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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_구중궁궐 (九重宮闕)

“문이 겹겹이 달린 임금이 있는 깊은 대궐”

박완서 작가가 타계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파져 옵니다.
그녀의 문학은 장악의 문학이었습니다.
국어사전에 ‘장악’은 “손안에 잡아 쥔다는 뜻으로, 무엇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됨을 이르는 말”이라 풀이돼 있습니다.

그녀의 손바닥 위에 올라가면 모든 게 다 문학이 되었습니다.
그 손으로 지난 40년간 역사와 풍속과 인간을 장악해왔습니다.
그 책들을 읽으며 우리는 살아온 날들을 부끄러워했고 살아갈 날들 앞에 겸허해졌습니다.

아마도 남겨진 수십 권의 책들은 앞으로도 한국 사회의 공유 자산으로 남아 우리 마음공부의 교본이 될 것이겠지요.
우리는 원로 작가 한 분을 떠나보낸 게 아니라 당대의 가장 젊은 작가 하나를 잃었습니다.
이 나라의 가장 거대한 구중궁궐 도서관 하나가 무너져 내린 것처럼 쓸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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