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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_신원설치 (伸冤雪恥)

“뒤집어쓴 죄의 억울함을 밝혀 원통함과 부끄러움을 씻어 버림”

한국인 치고 아랑을 모르는 이는 드물 것입니다.
경남 밀양에 전해지는 아랑의 전설은 한국 귀신담의 전형으로 꼽힙니다.
밀양 부사의 딸인 아랑은 영남루로 달 구경 갔다가 겁탈하려는 자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시신이 물속에 유기된 아랑은 원혼이 되고, 새로 부임하는 원님마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다음 이야기는 말 안 해도 잘 알 것입니다.
해마다 5월이면 밀양에서는 ‘아랑제’가 열리고, ‘미스 아랑’도 뽑습니다.

그런데 이 전설은 밀양뿐만이 아니라 여러 지방에서 여러 버전으로 변형돼 구전되고 있습니다.
이 땅에는 아랑 같은 억울한 혼령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 되겠지요.
아랑이 그렇듯이 이 땅을 떠도는 원혼은 대개가 여성입니다.

조선 초의 문신 서거정은 <필원잡기>에서 이렇게 풀이합니다.
“남자는 양이요, 여자는 음이다.
음은 양에게 굴복하니, 사내 무당은 적고 계집 무당이 많은 이치다.”

귀신은 음이니 여자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남효온 같은 이는 맺힌 한이 귀신으로 나타난다고 보았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음기와 양기로 흩어지는데 “바른 명이 아니어서 기가 펴지지 못하면 울분이 발하여 요망한 것이 된다.”라는 설명이지요.

실제로 원혼 이야기에는 여성의 한이 바탕에 깔린 게 많습니다.
신원설치 하고자 했던 여성들의 슬픔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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