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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_하로동선 (夏爐冬扇)

“여름의 화로와 겨울의 부채라는 뜻으로, 철에 맞지 않는 물건 또는 쓸모 없는 재능을 말함”

깊은 밤 홀로 원고지 앞에 앉아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한 채 흐르는 시간을 붙잡지도 못한 채 어두운 세상으로 눈길을 돌리노라면 과연 내게 재능이라는 게 있는지, 하로동선처럼 재능도 없는 주제에 너무 오랫동안 이 일에 매달렸던 건 아닌지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런 회의 끝에 찾아오는 건 당연하게도 왜 사느냐, 더 살아 무엇하느냐, 식의 절망뿐입니다.
매일같이 그렇게 원고지 앞에서 거의 죽다가 살아납니다.

살아난 이유는 갑자기 영감이 찾아와줘서도 아니고 없던 재능이 샘솟아서도 아닙니다.
나의 무능력이 애틋해서입니다.
무능력한 부모를 한 번이라도 원망해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무능력 때문에 고통 받는 배우자와 자식들 생각에 한 번이라도 자신을 원망해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입니다.

그 무능력한 이가 바로 그들을 그리고 자신을 가장 사랑해주는 사람이라는 걸.
자신의 일에 무능력하다고 해서 누군가를 사랑할 능력마저 없는 건 아니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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