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여러분의 경기는 끝난 것이 아닙니다.
먼저 아직 추운 날씨에도 졸업생 여러분을 축하해주시기 위하여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학부모 여러분과 내빈 여러분에게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올 겨울에는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었습니다.눈이 드문 우리 시임에도 몇 차례나 폭설이 내릴 만큼 가혹한 추위가 찾아들었습니다.모든 것을 얼리고 잠재웠던 겨울이 그 끝을 알리고 봄이 차가운 대지에 찾아오고 있습니다.곧 무채색의 세상이 색의 향연장이 되고 잠들었던 것들이 눈을 뜰 것입니다.y
계절이 바뀌는 것과 같이, 여러분은 고등학생의 옷을 벗고 성인의 길로 접어듭니다.
지금 여러분의 표정은 제각각입니다.
대학생으로서, 사회초년생으로 첫 시작을 맞게 되는 스무 살, 부푼 가슴에 설렘을 안고 있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고 입시에 실패하며 쓰라린 가슴으로 이 자리에 선 학생도 있을 것입니다.
젊고 아름다운 여러분,
앞으로 나날이 더 아름다워질 여러분에게 한 마디 당부를 드립니다.y
오늘은 결코 끝이 아닙니다.이 고등학교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지 세계의 전부가 아닙니다.입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지금 실패하였다 하여, 성공을 이루었다 하여 여러분 삶이 실패나 성공으로 바로 치닫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은 이제 막 라운드에 오른 풋내기 권투선수와도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로 첫 라운드를 마쳤습니다.바로 학업이라는 라운드 말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익히 아시다시피,
선수에게 중요한 것은 첫 라운드가 아니라 최종 라운드입니다.
쓰러지기 전까지는, ko당하기 전까지는 많은 라운드가 남아 있습니다.
그와 같이 지금 여러분 앞에는 무수한 싸움과 경쟁, 학교보다 훨씬 더 넓은 세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y
그러니 멀리 보십시오, 여러분.
여러분이 살아나가야 할 날들을 바라보십시오.
매 순간을 충실히 살되, 지레 자만하거나 좌절하지 마십시오.
섣불리 판단 짓기에는 여러분 아직 너무도 젊습니다.
여러분 모두 여러분의 링 위에서 최선을 다하시기 바랍니다.
최종 라운드까지 가보지도 않은 채 링에서 내려오지 마십시오.
부디 앞으로 살아갈 많은 날들,
여러분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셨으면 좋겠습니다.y
제 앞에 선 여러분은 고등학교의 자랑스러운 얼굴들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인생의 승리자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y
여러분의 앞날을 진심으로 축원하며 오늘의 인사를 마칩니다.여러분 모두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2000년 00월 00일
고등학교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