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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별사_노인정 회장 회장 송별식 인사말(정, 사랑방)

정이 있는 노인정으로 오래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차고 매서웠던 바람도 점차로 잦아들고 하늘과 바람이 한결 부드러워졌습니다.엊그제 입춘이 지났으니 어느새 봄이 문턱에 와 있는 셈입니다.사랑하는 아파트 노인정 여러분! 강산이 한 번 변하는 시간 동안 모든 계절 함께 해온 우립니다.서로에게 두터운 정과 추억으로, 생의 전부로 자리하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온 지난날을 뒤로하고 오늘 저는 여러분과 이별을 맞이하기 위하여 이 자리에 섰습니다.y
먼저 10년 전 처음 아파트에 노인정이 생기고부터 쭉 이 부족하고 못난 사람에게 회장직을 맡겨 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그간 부족한 사람이 중책을 맡아 실수도 잦고 모자람도 많았을 것입니다.언제나 저를 도와주신 모든 분, 특히 총무님과 부회장님께 감사드립니다.총무님과 부회장님의 보필과 지지가 있어 그래도 10년 동안 우리 노인정이 웃음꽃 피우는 사랑방으로 건재할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제 고향은 전라도 곡창지대로 봄여름이면 눈 시리게 푸른 지평선이 바다처럼 펼쳐진 곳이었습니다.멀리 풀피리 부는 아이들이 소 몰고 다니는 작고 조용한 동네였습니다.y
제가 살던 옛 동네, 그 정겨운 고향에 비하여 처음 맞닥뜨린 이 아파트는 얼마나 삭막하고 메마른 공간이었는지요.나무 몇 그루 없이 빽빽이 들어찬 회색 단지들 속에 마음 의탁할 곳 하나 없이 외로운 날들을 보내던 차에 이곳 노인정을 만나 저의 숨통은 다시 트일 수 있었습니다.y
한용운 선생의 말씀 중에 사나이 가는 곳 어디든 발 닿는 곳이 곧 고향이라는 구절이 있는데요.정처 없이 흐르는 인생 속에 인연 닿은 이 낯설고 물 선 곳에서 여러분이 계셨기에 저는 푸른 들판, 풀피리 소리 없이도 이곳에 마음 붙이고 정 붙이며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y
10년 그 세월 동안 켜켜이 쌓인 우리의 정을 차마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봅니다.할 수만 있다면 오래 남지 않은 생, 여러분과 더불어 야유회를 계획하고 단풍을 보러 다니며 보내고 싶었습니다.매년 부녀회와 합심해 열리는 노인정 잔치에 함께 하며 어깨춤 추고 노랫가락 부르고 싶었습니다.제 건강 사정으로 이곳을 떠나 아들 내외가 있는 곳으로 떠나게 되었음이 몹시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저는 비록 이곳을 떠나지만, 여러분께서 새로이 오는 분께 더 좋은 이웃으로 오래도록 남아 주실 것을 믿습니다.이곳 노인정이 옛 고향의 정과 사랑을 고스란히 담은 아늑한 사랑방으로 남을 것을 확신합니다.여러분께는 건강이, 우리 노인정에는 따뜻한 정이 가득하기를 빌면서 인사를 끝마칩니다.여러분 그동안 감사했습니다.y
2000년 00월 00일
노인정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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