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든 웃음을 꽃피우는 민들레와 같은 사람
안녕하십니까? 존경하고 사랑하는 고등학교 동문 여러분.
오늘 우리는 군과의 이별을 앞두고 있습니다.y
그는 우리 곁을 떠나 이국을 또 다른 터전 삼아 더 큰 꿈을 준비해나갈 것이지만 오래 정들고 형제처럼 지내온 우리들이니만큼 새삼 석별의 정이 우리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합니다.y
저는 그를 만난 지 올해로 꼭 20년이 됩니다.
멋모르던 대학 시절에 만난 우리였으나 그 때부터 그는 예의바르고 상냥한 청년이었습니다.또한 돌아보건대 그는 제가 아는 누구보다 착실한 후배였으며, 동문회에 적극적이고 충실한 회원이었습니다.y
생각해보면 그는 참 미덕이 많은 사람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토록 오랜 세월 우리를 든든히 지켜준 그의 인품에 먼저 감사합니다.y동문회에 오해가 생기고 회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때에도 저에게 보내 준 그 신뢰를 저는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또한 언제나 한결 같은 미소로 우리를 반겨주던 그가 있었기에 우리 동문회의 분위기는 한결 부드러워지고 즐거워질 수 있었습니다.y
또한 동문회 분위기가 가끔 과열되거나 격화될 때면 가장 먼저 나서서
완곡한 말로 좌중을 달래던 그의 심성,
궂은일에 가장 먼저 나서고 명예로운 일에 몸을 숨기던 그의 겸손함.
그 모든 것을 회고하며 감사합니다.y
20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 주었던 그가 떠난 후
덩그러니 남을 빈자리가 벌써 근심스럽습니다.y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하듯이 그가 없는 동문회가 얼마나 휑할 것인지 걱정부터 앞섭니다.강산이 두 번 바뀔 세월 동안 너무나 소중한 시간과 추억을 공유해온 우리이기에, 한결 같은 모습으로 이곳에 있었던 그이기에 두려움도 생깁니다.y
하지만 이제 우리의 두려움, 우리의 아쉬움보다는 그의 앞날을 축원해야 할 시간일 것입니다.우리는 그가 정든 나라, 정든 이웃, 정든 우리 곁에서 곧 낯선 나라로 떠날 것을 압니다.하지만 그가 어디에 있든 그가 전파하는 미소속에 담긴 에너지가 민들레 씨앗처럼 이웃을 행복하게 만들 것을 믿습니다.민들레 씨앗은 바람결에 먼 곳까지 날려가지요.그리하여 어느 척박한 땅에서든 보기 좋고 몸에 이로운 그 노란 꽃을 피워냅니다.
이와 같이 우리 앞에 있는 그 역시 어디서든 웃음으로 사람을 부드럽게 만들 줄 아는 멋진 신사이며 우리의 후배, 영원한 우리 고등학교의 일원입니다.y
그가 우리에게 선사한 웃음들,
우리에게 베풀었던 모든 시간에 다시 한 번 감사하고 싶습니다.y
이제 정들고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곳에서 두 번째 인생을 일굴 그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y
2000년 00월 00일
고등학교 동문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