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s Off on 송별사_부녀회 회원 송별식 인사말(꽃, 이웃)

송별사_부녀회 회원 송별식 인사말(꽃, 이웃)

누군가의 길에 꽃을 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계절은 어느새 가을로 접어들어 바람이 부쩍 차가워졌습니다.여름내 푸르던 나뭇잎들도 서서히 가을빛을 띠어가고 있습니다.이러한 가을의 길목에서 저는 제가 몹시 사랑하고 존경했던 부녀회의 여러분을 떠나기 위하여 이 자리에 섰습니다.이 자리를 채워 주신 여러분에게 마음을 담은 감사를 드립니다.y
사실 처음 이곳으로 이사했을 때 저는 이곳에서의 생활이 삭막하리라는 생각부터 앞섰습니다.높이 솟은 고층 건물부터가 그러했고, 도심의 아파트다보니 이웃과의 정도 메말랐으리라 생각했습니다.하지만 그것은 저의 편견에 불과했습니다.이곳 부녀회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웃음꽃을 피웠는지 모릅니다.비슷한 또래인 우리들은 금세 친해졌고 아파트와 지역의 일이라면 소매를 걷어붙이고 도왔습니다.지역신문에 실린 일은 두고두고 우리에게 긍지와 자랑스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y
가을이 짙어오는 바깥을 보니 문득 떠오르는 기억 하나가 있습니다.작년 이맘때쯤, 부녀회원들이 모여 단풍 여행을 떠난 것이 그것입니다.마음 맞고 편안한 여러분과 함께 떠나서 맞이한 지리산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습니다.버스를 타고 소녀처럼 설렝던 그 시간을, 산을 온통 붉게 물들인 단풍을 보면서 감탄하던 그 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올해도 단풍 여행은 계속되겠지요.
비록 그 자리에는 제가 없겠지만 생에서 맞이하는 모든 가을마다 여러분을 기억하겠습니다.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매일 당신과 동행하는 이웃의 길 위에 한 송이 꽃을 뿌려 놓을 줄 안다면 지상의 길은 기쁨으로 가득 찰 것이다.여러분께서는 도시의 아스팔트에서 만난 반가운 한 떨기 꽃과 같은 인연이십니다.여러분이 계셨기에,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과 우정이 있었던 까닭에 10년의 시간, 마냥 꽃길을 걷는 것처럼 향기롭고 행복하게 지나올 수 있었던 것을 알고 있습니다.y
귀농을 위하여 저와 저희 가족은 멀리 떠나지만 이곳에서는 나날이 이웃을 위한 꽃이 피어날 것임을 압니다.앞으로도 많은 사랑으로, 든든한 우정으로 회원들을 감싸 안는 부녀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저 또한 누군가의 길에 꽃을 뿌려줄 수 있는 넉넉한 사람으로, 더욱 깊은 사람으로 살아갈 것을 여러분 앞에 약속드립니다.
제가 떠난 자리에 누가 오실지는 알 수 없으나 여러분과 같은 이웃을 맞이한 분은 분명 행운일 것입니다.y
우리네 삶이 섣불리 만남을 기약하기에는 너무나 부박하지만 언젠가 한 번은 여러분을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제게 행복을 선사해주신 여러분께 사랑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 가지 일로 바쁘실 터인데도 오늘 이와 같이 특별한 자리를 준비해 주신 것에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리며 인사를 마칩니다.감사합니다.y
2000년 00월 00일
아파트 부녀회원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