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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_다도 동호회 신년사 회장 신년회 인사말(여유, 기다림)

찻물 끓이듯 정갈한 마음으로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또 한 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해 회원님들이 보여주신 차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우리 동호회가 유지되었다 생각합니다.부족한 회장으로서 감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y
오늘 이렇듯 새해 첫날부터 향기롭고 그윽한 만남 가지게 되어 더없이 기쁩니다.
잘 아시다시피 다도는 우리 대대로 내려온 가장 우아한 문화입니다.
차는 술처럼 사람을 인사불성으로 만들거나 사람의 머리를 흐리게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복잡했던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을 느끼신 적 많았을 것입니다.
그뿐인가요.차를 마시며 나누는 이야기에는 차의 온기가 그대로 배어 있습니다.
요즈음 흔히 보이는 커피믹스 딸랑 끓여 내어가는 것보다 안주인이 직접 우리고 따른 차 한 잔을 받는다면 손님은 그 집의 품격에 감동하게 됩니다.y
이렇듯 차의 도움 됨과 이로움이 끝이 없습니다.여러분과 이런 아름다운 취미를 함께 나누게 되어 너무나 좋습니다.
여러분, 기억나십니까?
작년 가을, 지역축제에서 다도 행사 때 말입니다.y
시끄러운 여자 가수들 다음에 한복을 입은 우리들이 처음 무대로 나갔을 때
관객석은 참 냉랭했었지요.
하지만 우리가 차를 우려내고 다기에 담는 일련의 시간이 지나고 나자,
그들의 눈이 반짝이며 우리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을 저는 보았습니다.
그 행사가 끝나고 저희 아들 녀석이 말하더군요.
비록 아주머니들이지만 한복의 선과 손짓, 마음이 너무 고와서 반할 뻔 했다나요.
그 때 그 말을 듣고 참으로 뿌듯했습니다.
사람의 취미는 사람의 성격도 바꿔놓는 모양입니다.
성격 급하고 괄괄한 제가 10년 전 다도를 만남으로써
여유롭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성격으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y
차는 느림의 미학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인스턴트커피 탈 때처럼 끓인 물을 그대로 들이부으면 그 맛을 다 느낄 수 없습니다.
성미 급하게 끓었던 물을 가만히 식히고, 찻잎을 우려내는 시간이 있어야
한 잔의 차가 비로소 향기롭게 완성됩니다.y
또 소주 나부랭이처럼 마구 들이켜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입 안에 감도는 차향을 느낄 줄 알아야 차를 안다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기다림의 과정 끝에 차는 더욱 깊은 향기를 갖게 되는 법입니다.y
올 한 해,
차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공연히 서둘거나 초조해하지 말고 여유롭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찻물 끓이는 그 정갈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저의 삶도 여러분의 삶도 격조 높은 향기로 가득할 것이라 생각합니다.y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00년 00월 00일
다도 동호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