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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사_교수 이임인사말(분명한 목표)

돌아보아 목표를 분명히 하는 젊은이가 되세요.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추적추적 늦가을의 비가 내리는 오후에 시간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비가 오는 것이 아무래도 떠나는 이를 배려하여 아쉬움을 전하는 것만 같습니다.
찬바람만 을씨년스럽게 불었다면 아마도 정든 캠퍼스를 떠나는 발걸음이 못내 서운했을 텐데 말입니다.
어느 한 곳도 그냥 지나칠 곳이 없는 장소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학생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벤치와 잔디밭에 앉았던 때가 영원할 줄 알았는데 떠나야 하는 순간이 왔으니 말입니다.
눈물이 앞을 가리며 진정 사회에 나가 도움이 될 만한 말들을 골라 하려고 하였는데 얼마나 제 소임을 다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이사람의 마지막 자리에 자리해주신 분들!
모두에게 사랑한다는 말부터 전하겠습니다.
사람의 일생에 남는 것이 있다면 오로지 사람일진대, 오늘 이렇게 많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나는 참으로 복 받은 사람입니다.
제가 교단에 선 30여 년 동안 많은 것들이 변해왔습니다.y
누구는 변절하고, 누구는 또 요절하고.흉흉하고 어지러운 날 많았습니다.
그 시간 동안 변하지 않은 것은 학생들의 총기 어린 눈동자뿐이었습니다.
새삼 돌이켜보면, 제 강의는 졸속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y
고루한 철학을 이야기하고 고전을 이야기하는 제 강의가 폐강되지 않은 것은 학생 여러분의 진지한 고찰과 고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y
이제는 관절이 노쇠하여, 오랜 취미인 등산도 잘 못하는 이 노구가 3시간을 쉬는 시간 없이 버틸 수 있었던 것도 그 눈, 저를 더없이 신뢰하는 그 눈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수업을 하는 동안에는 저는 그 누구보다 성성한 젊은이일 수 있었지요.y
제 은사님이 해 주신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시대 앞에서 철학이 다 무슨 소용이냐, 실상 고상한 탈을 덮어쓴 도피가 아니냐고 따져 묻던 제게 은사님께서는 철학이 없기에 시대가 이 모양이다.불평을 늘어놓을 시간에 시대를 이끌어나갈 철학부터 바로 세워라라고 따끔하게 말씀해주셨습니다.y
그 말씀이 있었기에, 암흑과 혼란의 시간 속에서도 저는 한 가지 길로 걸어올 수 있었습니다.
긴긴 교육의 길 중에 저는 누군가를 바로 세울 한 마디를 줄 수가 있었을까요?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도리어 제가 많이 배웠지요.
이곳에서 전 젊은이의 열정을 얻고, 가르치는 즐거움을 배웠습니다.y
제 부끄러운 의자를 오늘은 내어드립니다.
교수는 교사와는 또 다른 자리입니다.y
학생들과 날카로운 토론이 가능하고, 벗처럼 어울려 함께 고민하고 함께 더불어 갈 수 있는 자리입니다.
부디 다음번 앉을 분께서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가르침을 베풀고 더 많은 배움을 얻어 가시기를 기원합니다.y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는 자신이 항상 가슴에 품는 말이 있다고 하는데요.
나는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이라는 나의 좌우명을 항상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하자는 다짐을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무릇 성공하는 이는 남에게는 관대하며, 자신에게는 채찍질을 가할 줄 아는 자라 하겠습니다.
자신에게 엄격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비전을 온전히 이룰 수 없음을 명심하시기를 바랍니다.
늘 자신을 돌아보는 습관을 가짐으로 목표를 분명히 하는 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늙은 저는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지만, 젊은 여러분도 더 높은 이상과 자유를 꿈꾸며 새로운 곳을 향하는 지성인이 되기를 바랍니다.y
학생 여러분의 앞날에 밝은 미래가 가득하길 바라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2000년 00월 00일
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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