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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사_여성장애인 협회장 이임인사말(노력의 결실)

간절한 마음이 노력의 결실로 우리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제게 주어졌던 과분한 영광을 내려놓는 자리입니다.y
뜻깊은 날을 맞이하여 바쁘신 중에 이렇게 저의 이임식에 와 주셔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여러분께서 그동안 제게 보내주셨던 무한한 신뢰와 성원에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척박한 땅에 비가 내리듯 오늘 우리가 있는 이곳에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겨울이 봄답고 여름이 여름다워야 실과가 실하게 맺을 수 있듯이 매일이 햇볕이 반짝하고 나는 날은 아님을 압니다.
오늘처럼 더러 비가 내리고 추위가 엄습해야 다른 계절이 빛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이제 아쉽고 행복했고 소중했던 소임을 내려놓고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지금이 제게는 꿈만 같습니다.
돌아보면 그동안 참 험난한 길을 걸어왔습니다.y
절박했던 우리의 권리는 줄곧 무시되기 일쑤였습니다.
법은 모든 사람이 존엄하다 가르쳤지만 우리가 우리 자신의 존엄성을 내세울라치면 세상은 그리도 냉담했습니다.y
그래서 그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동안 우리의 휠체어는 가끔 삐걱거렸습니다.
장애와 여성이라는 이중의 핸디캡을 안은 우리, 맞서고 이겨낼 것투성이였던 우리이지 않았습니까.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일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무더위 속에서도 시청 광장에서 한 목소리 한뜻으로 장애인복지를 부르짖던 일을 저는 뜨겁게 기억합니다.
또한 여성장애인에 대한 성범죄를 목도하고 분연히 일어나던 일 또한 기억하시겠지요?
우리가 조용히 입을 다물지 않고 우리의 인권을 요구하던 때를 기억해야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며 협회는 이제 거목과 같이 견고해졌습니다.
저는 회장으로서 보낸 지낸 날들이 더없이 자랑스럽습니다.y
지난 모든 순간은 뜨거운 감동으로 제 남은 날의 열정에 불 지펴 줄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올랐던 세상의 모든 오르막을 기억하고 기운을 내야 합니다.
휠체어가 오르기에 너무나 높고 험했던 그 길을 닦고 외쳐야 합니다.
협회의 이름으로 우리는 마침내 그 길들을 횡단하고 돌아왔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오르막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전혀 걱정이 되지 않습니다.
이제껏 지켜본 바와 같이, 여러분은 너무도 강인한 분들이십니다.
숭고한 가치를 위해 고통과 불편을 기꺼이 이겨내는 용기를 가진 분들이십니다.
장석주의 대추 한 알이라는 시를 보면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이 세상 만물의 이치가 이와 같이 작은 수고, 큰 수고가 모두 들어 있다는 사실에 감탄할 따름입니다.
우리의 노력이 아무리 미미할지라도 결코 헛되지 않음을 의미하겠지요?
하물며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여 성공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노력과 인내의 산물일진대 이 세상에 저절로 이루어진 성공도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더디지만 조금씩 매일 걸어감으로 포기하지 않고 인내로 승부한다면 우리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간절한 마음을 품으시기를 바랍니다.
그 간절한 마음이 노력의 결실로 언제고 우리 앞에 찾아올 것을 저는 믿습니다.
제게 남은 길은 이제 내리막입니다.
오르막은 사람의 숨을 턱턱 차게 하는 고됨으로 다가오지만 내리막은 한 길 잘못 디디면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지요.y
이제 저는 조심히 제게 남은 길들을 내려가고 싶습니다.
그 전에 저를 위해 준비해주신 이 자리에서 저는 모든 진심과 존경을 담아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 존경합니다.y
협회의 무궁한 발전을 바라며 선임 협회장님께서도 노력을 아끼지 않으실 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y
2000년 00월 00일
장애 여성 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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