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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사_결혼식 부목사님 주례사(짐)

나누어 메는 짐
여러분, 안녕하세요?
안타깝게도 창 밖에 비가 제법 많이 내리고 있네요.
어깨에 아직 빗자국이 남아있는 분들의 모습도 보이고, 방금까지 헐레벌떡 식장으로 뛰어들어오시는 분들을 보니, 아마도 갑자기 쏟아진 비 때문에 교통체증도 생긴 모양입니다.
하지만 신랑 신부.갑자기 비가 내린다고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맑은 날 식을 올린다고 그 앞날이 찬란할 것이 아니고, 비 오는 날 식을 올린다고 앞날이 끄물끄물한 날씨같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비 오는 날 태어난 아이들의 인생은 한평생 그늘질 것 아닙니까?
제가 알기로는 비 오는 날 태어났다고 해서 일생이 암울했던 사람은 없었습니다.
혹시 두 분, 마트에서 장을 본적이 있으십니까?
생각보다 많은 양의 물건을 사서 곤욕스러웠던 경험은요?
아마 처음에는 이 정도 짐쯤이야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짐을 짊어지고 길을 나섰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짐이 처음 길을 나설 때와는 다르게 점점 무겁게 어깨를 짓눌러오죠.
짐이 더 무거워 졌을 리도 없는데 왜 그런 것일까요.
결혼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결혼이란 나의 짐에 상대방의 짐을 더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상대방의 짐이 얹어져도 그것이 무거운지도 모르고 기꺼이 짐을 짊어지죠.
하지만 인생이라는 길고 먼 길을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지치고 힘겨운 마음이 되곤 합니다.y
그런 마음이 쌓이고 쌓이면 지치고 힘든 마음에 상대방에서 성내거나 상대방을 멀리하게 됩니다.그리고 내 마음의 짐을 덜어줄 누군가를 찾아 밖으로 눈을 돌리게 되죠.
처음 짐을 짊어지고 길을 떠나기 시작했을 무렵, 그것은 분명 무겁지 않은 짐이었습니다.
혹 처음부터 그것이 무거웠다 하더라도 짊어지고 길을 떠날 수 있을 만큼의 무게였음에는 틀림이 없죠.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것이 분명 짊어질 만했던 짐이라는 사실을 그토록 쉽게 잊어버리는 것일까요.
짐이 무거우면 그것을 내려놓고 잠시 쉬어가면 됩니다.
그래도 힘에 겨우면 옆의 사람에게 함께 짐을 들어달라고 청하면 됩니다.
굳이 내 옆에 없는 새로운 사람을 찾아 나의 짐을 대신 들어달라고 청하는 것은 어리석고 비효율적인 일입니다.
사람은 망각의 존재이기 때문에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곧잘 잊어버리곤 합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지요.
살면서 나의 짐이 무거울 때는 그것이 무겁다고 원망, 불평하지 마시고 오늘 이 자리에서 상대방의 짐도 기꺼이 대신 메어주겠다 다짐하던 마음을 떠올려보십시오.
그러고도 그 짐이 무거우면 상대방과 나누어 메시기 바랍니다.
두 사람은 이제 별개이면서 하나의 존재입니다.
이사실만 잊지 않으신다면 두 사람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고 괴로운 길이기보다 즐겁고 그리 멀지 않은 길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두 사람의 앞날에 하나님의 축복이 가득하기를 바라며 이상 마칩니다.감사합니다.
2000년 00월 00일
교회 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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