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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_차일피일 (此日彼日)

“일을 핑계로 자꾸 약속이나 기한을 늦춤”

좋아하는 수필 중에 목성균의 ‘약속’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그 약속은 지키지 못한 약속입니다.
산림 공무원이던 그가 영림서에 근무할 때 박지산 고원에서 한 소년을 만납니다.

화전민 오두막에서 할아버지와 사는 어린 소년은 작업을 끝내고 에서 내려가는 그를 막아섭니다.
오두막에서 함께 며칠 지내는 동안 정이 들었던 것입니다.
눈보라 치는 겨울 산정에서 동무도 없이 겨울을 나야 할 아이를 두고 그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지요.

막무가내로 길을 막는 소년에게 그는 산불 조심 완장을 채워주고 호각을 목에 걸어주며 약속합니다.
내년 봄에 꼭 다시 오겠다고.
그러나 갑자기 근무지가 바뀌고, 새 근무지에서 말단 공무원의 직무와 그 박봉으로 삼 남매를 기르느라 차일피일 미루고 결국 그는 소년을 까맣게 잊습니다.

30년이 흐른 뒤, 여름 휴가지의 숲에서 여섯 살짜리 손자 승주를 업고 별을 보다 문득 그 소년을 생각하게 됩니다.
뒤늦게 박지산으로 가 수소문하지만, 소식을 알 길이 없습니다.
그 심정을, ‘마치 승주를 그 산정에 남겨 두고 온 듯한 착각에 목이 메어오는 것이었다.’라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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