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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사_김경한 범무부장관 퇴임 인사말

연설자 : 법무부장관
제 목 : 제 60대 김경한 법무부장관 퇴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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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법무 검찰 가족여러분! 저는 오늘 1년 7개월여를 봉직하던 법무부를 떠나게 되었습니다.그래서 여러분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저는 전후 32년간에 걸쳐 법무 검찰에서 공직생활을 했습니다.그 절반은 법무부 본부에서, 나머지 절반은 검찰에서 일했습니다.저의 젊은 시절부터 시작하여 평생을 여기에 바쳐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법무부와 검찰청은 언제나 제 집보다 더 편안하고 친근한 곳이었습니다.사무실에서 조석으로 만나는 직원들은 식구처럼 정겨웠습니다.법무 검찰은 느끼지 못하는 시간에도 존재하는 햇볕이나 공기처럼, 항상 저를 감싸고 있었습니다.그래서 여러분 곁을 떠나는 저는 지금 만감이 교차합니다.
작년 2.29.새 정부 첫 내각의 법무부장관으로 취임한 이래 크고 작은 일들이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연발하였습니다.지난해 여름을 더욱 무덥게 만들었던 촛불사태는 무려 100일이 넘게 계속되었습니다.금년 5월에는 검찰수사를 받던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그 연장선상에서 전임 검찰총장이 자리를 물러나고, 이로 인한 검찰지휘부의 공백사태가 2개월이 넘게 지속되기도 하였습니다.법무행정을 책임진 저로서는 너무나 힘겹던 시간들이었습니다.그래서 많은 불면의 밤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힘든 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여러분들의 노력에 힘입어 기쁘고 보람찼던 일도 많았습니다.저는 취임하던 날부터 시종일관하여 법질서 바로세우기를
지상과제로 삼아왔습니다.이를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다녔습니다.많은 분들이 저와 동행해 주었습니다.도처에서 이 운동이 조금씩 뿌리를 내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뿌듯했습니다.일부 언론에서는 저를 미스터 법질서 라고 불렀습니다.저는 이 별명을 매우 과분하면서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한편으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여러 법제도를 정비하고 많은 정책을 개발하였습니다.그 과정에서 우리 부가 경제부처 못지않게 경제살리기에 앞장선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한편 소외된 서민들이 법의 배려와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소위따뜻한 법질서를 구현하는데도 정성을 기울였습니다.가난한 이들의 벌금을 절반 이상으로 감액해주고, 범죄 피해자를 위한 구조금도 그 대상과 금액을 대폭 확대하였습니다.우리 직원들이 소년 소녀가장 등 불우한 이웃과 인연을 맺는 사랑의 손잡기 운동도 여러분 모두의 뜨거운 호응으로 확산되어 나가고 있습니다.
또 다문화 가정의 통합과 외국인의 체류질서 확립에도 많은 성과가 있었습니다.교화방송국을 개국하고 직업훈련교도소, 중간처우의 집을 세우는 등 교정행정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습니다.거듭 말씀드리거니와 이러한 모든 성과는, 여러분 한분 한분이 그 취지에 공감하고 혼연일체가 되어 땀을 흘려준 덕분입니다.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입니다.여러분 참으로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법무 검찰가족 여러분! 이처럼 우리가 각 분야에서 이룩한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가야할 길은 많이 남아있습니다.먼저, 법질서 바로세우기만 보더라도, 자칫 이사업의 추진을 중단하거나 흐지부지해 버린다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말 것입니다.이사업은 앞으로도 오랜 세월을 두고 더욱 줄기차게 계속되어야 합니다.제가 항상 하는 표현입니다만, 법을 지키면 반드시 이익을 보고, 법을 어기면 반드시 손해를 본다는 말이 우리 사회에 상식으로 통용될 때까지 지속되어야만 합니다.그리고 모든 업무처리 과정에서 원칙과정도가 변함없는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원칙과정도를 벗어나면 당장은 어려운 사태를 모면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은 언젠가는 반전되기 마련입니다.사태가 급격히 악화되고 급기야는 큰 환란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자주 경험합니다.우리가 신뢰를 쌓는 데는 여러 해가 걸리지만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의 일입니다.그러므로 복잡하고 난감한 문제일수록 원칙과정도를 판단의 잣대로 삼아야 합니다.그렇게 해야만 법무 검찰이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아울러,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도 더욱 큰 정성을 쏟아 주시기 바랍니다.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무릇 공직자는 그들의 아픔을 헤아리고 그 아픔을 함께 나누는 자세가 몸에 배어야 합니다.그래야만 우리 사회가 좀 더 훈훈해지고 또 굳건해질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우리 법무 검찰은 항시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이를 위해 항시 배우고 또 창조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목표의식 없이 그날그날의 주어진 업무만을 습관적으로 처리해 나가는 조직과,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새롭게 배우고 설계해 나가는 조직 사이에는 몇 년이 지나면 엄청난 간격이 생깁니다.베트남의 정신적 지도자인 틱 낫한 스님이 말했습니다.인생은 마치 사다리를 오르는 것처럼 배우고 또 배워야 하는 과정이다.겨우 네 번째 계단에 이르러 제일 높은 곳에 왔다고 여긴다면, 당신은 더 높이 올라갈 기회를 잃고 만다.다섯 번째 계단에 오르기 위해서는 네 번째 계단을 포기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특히 법무부는 부서에 따라 서로 다른 직렬의 공무원들이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그러면서도 각 부서가 서로 조화를 이루고, 또 모든 사람들이 참으로 열정적인 자세로 일하는 조직입니다.우리는 이러한 아름다운 전통에 대하여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입니다.다만, 우리 사회가 법무 검찰에 대하여 언제나 긍정적인 평가만을 내리는 것은 아닙니다.부정적인 시각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이러한 비판적인 시선에 대하여 우리가 억울하게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과연 우리에게 어떠한 잘못도 없었는지, 혹시 오해를 받을 만한 행동은 없었는지를 항시 성찰해 보아야 합니다.물론 제도의 개선도 병행되어야 합니다.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의 의식이나 의지의 변화입니다.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받는 법무 검찰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이러한 의지를 새로이 하고, 나아가 내가 이 조직의 주인이라는 사명감에 불타야 합니다.
저는 법무 검찰이 기필코 이루어야 할 이처럼 많은 일들을 미완성의 장으로 후배 여러분에게 맡기고 떠나는 것을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동시에 저는 여러분들이 언젠가 이 과업을 반드시 완수하시리라는 점을 굳게 믿습니다.그러기에 저는 언제 어디서나 여러분이 성취하시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으로 큰 기쁨을 삼겠습니다.또 이를 위하여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여러분들이 잘 아시다시피 신임 이귀남 장관은 그 역량과 인품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우리 법무행정에 대한 원대한 비전과 열정을 가진 분입니다.신임 장관과 함께 법무 검찰을 더욱 발전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법무 검찰 가족여러분! 이제 저는 1년 7개월간 신명을 바쳐 일해 온 법무부장관직을 포함하여, 32년에 걸친 긴 공직생활을 마감하고자 합니다.그리고 여러분에게 작별을 고하고자 합니다.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떠나는 저의 뒷모습이 여러분 모두에게 조금이나마 아름답게 비쳐질 수 있기를 바라는 것입니다.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말씀처럼 그동안 저는 행복했습니다.여러분도 모두 행복하십시오.지난 세월 여러분들이 저에게 주신 과분한 사랑에 거듭 거듭 감사를 드립니다.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2009년 9월 29일
법무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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