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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시문_고등학교 수업시간 선생님 훈시문(도서관, 정숙)

도서관에서 정숙해야 합니다.
주말마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뒤져보는 것이 요즘의 낙입니다.
하지만 중고생들의 시험기간이 될 성싶으면 느닷없는 소음들이 적막한 공간에 들이 닥칩니다.y
도서관이란 저에겐 바깥세상의 큰 변화 속도에도 아랑곳 않고, 종이책의 오랜 역사를 내면화한 고풍적인 느낌이 있는 곳으로 생각되어 집니다.
여전히 아날로그적 정서와 태도를 고수해서 제 마음과 잘 맞기도 합니다.
그러나 요즘 도서관은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이곳도 결국은 바깥 방문자의 변모된 코드가 유입되는 탓이겠지요.
종전 도서관의 코드는 정숙, 비좁은 복도와 낮은 천장, 촘촘한 칸막이로 숨 막히는 공간감으로 요약될 수 있었습니다.y
지금 열람실 안에서는 부주의하게 울려대는 이동전화 멜로디가 가득합니다.
해서, 도서관 고유의 적막감마저 무참히 파괴되고 맙니다.
칸막이가 사라진 자리에, 탁 트인 공용 탁자가 들어서 널찍한 공간감이 새롭습니다.
제일 눈에 띄는 변화는 필기 문화를 밀어낸 자판 문화의 진입이겠지요.
독서에 몰입한 사용자의 맞은편에 노트북 자판 소리를 내는 견제 세력이 하나둘 등장했습니다.
결국에는 저 같은 사람이 많았던지 노트북 사용자들을 위한 공간을 새로 오픈하기도 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정숙하자라고 80년대처럼 포스터를 붙여놓을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21세기, 이런 촌스러운 광경이 웬 말입니까.y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하여 최소한 소음을 줄일 수 있도록,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y
경청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y
2000년 00월 00일
고등학교 수업시간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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