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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시문_회사 세미나 강사 훈시문(걷기, 성찰)

걷기와 성찰하기를 권유 합니다.
흔히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나에게 가을은 독서보다는 걷기와 성찰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입니다.y
서울에 사는 수도승이 소음과 공해 속에서 건강과 감성을 잃지 않고,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회인과 마찬가지로 꾸준한 운동이 필요 합니다.
그래서 아침저녁으로 북촌 한옥마을을 거쳐 삼청공원을 즐겨 걷곤 합니다.
아침에는 주로 나이 드신 분들이 공원에서 산책과 운동을 합니다.
그들의 얼굴과 몸에서는 생기가 넘칩니다.
즐겁게 사는 비법은 몸을 부지런히 놀리는 것이라는 말을 절감하게 됩니다.
저녁나절 북촌 한옥마을 골목길에서는 젊은 남녀들이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담소하며 걷기를 즐깁니다.
그들의 표정을 보면 낮 시간 동안 쫓겼던 속도와 경쟁을 내려놓고 느릿느릿 마음산책을 하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런 젊은이들이 제 눈에는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지요.
저에게는 사람의 표정과 분위기를 읽는 별난 취미가 있습니다.
지하철을 타면 휴대전화와 스마트폰으로 문자통화와 오락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사람이 열에 대여섯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온통 그것들에 골몰 합니다.
재미있어 하는 것 같지만 그들의 얼굴은 왠지 건조해 보이기만 합니다.
무료한 시간을 억지로 때우는 듯 한 표정의 사람도 보입니다.
혼잡함 속에서 책읽기에 집중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의 얼굴을 보노라면 우선 여유가 있지요.y
책장을 넘기다가 잠시 멈추고 사색에 잠기는 하면 샘물 같은 미소를 짓기도 합니다.
내면의 여백에서 솟아나오는 은밀한 여운의 충만감이 그들의 표정에서 읽히니 말입니다.
모두가 똑같은 오감의 감각기능을 가지고도 표정과 기운이 저마다 다르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누구는 까칠하거나 무미건조하고, 누구는 깊이 있고 생기발랄한 것은 왜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동일한 공간에 처해 있다 할지라도 어떤 사람은 가상현실에 살고 어떤 사람은 생생현실에 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상현실은 자신의 주체적 의지와 느낌으로 살지 못하고 외부의 조작된 관념과 기능에 매몰되어 스스로 그것들에 속는 줄도 모르고 속으며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요즘 같은 정보화시대에는 가상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날로 많아지고 있습니다.그리고 가상현실은 살아갈수록 무료와 권태, 무기력과 우울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어느 해 한적한 산중 암자에서 겪은 일을 저는 지금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암자 한 쪽 텃밭에 심은 더덕의 꽃향기가 더없이 그윽한 때, 도시에서 사는 한 가족이 와서 머물게 되었습니다.y
초등학생인 그 집 아이는 제법 총명해 보였고 저는 그 아이에게 더덕 꽃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이는 꽃을 보는 즉시 나, 이거 알아요.더덕이지요? 했습니다.
어린아이가 산중에서 더덕을 알아본 것이 하도 신통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칭찬했습니다.
그러자 아이의 입에서 설명이 줄줄 이어져 나왔습니다.
이건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살이 많고 독특한 냄새가 나며 뿌리는 식용하거나 약으로 쓴다.
마치 눈앞의 교과서를 읽듯 쏟아내고서 쏜살같이 방으로 들어가 오락기에 열중하는 것이었습니다.y
아이의 일방적이고도 전광석화 같은 행동에 나는 잠시 얼이 빠졌 있던 생각이 납니다.
그들이 떠나고 더덕 꽃이 지기 전에 다른 가족이 암자를 찾아왔습니다.
그 집에도 그 또래의 아이가 있었고 저는 아이에게 더덕 꽃을 보여줄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코를 큼큼거리더니 천천히 더덕 꽃 앞으로 다가섰습니다.
아! 냄새 좋다.이게 무슨 꽃이에요? 저는 더덕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더덕요? 와아, 더덕 꽃에서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는구나.더덕 꽃을 잊지 못할 거 같아요.
그때 저는 지식과 기능으로만 살아가는 가상현실과 사랑 감성으로 살아가는 생생현실의 경계선을 분명하게 체감했습니다.y
마음에 깊이 갈무리되고, 의미를 동반하지 않는 재미는 쉽게 싫증나고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게 합니다.
싫증과 자극의 악순환은 변태를 낳고 병이 됩니다.
때로는 몸으로, 깊은 사색으로 견디고 체험하고, 그 힘겨움이 여과되면 사는 참맛을 느낍니다.
진정한 재미는 같은 것을 되풀이해도 더욱더욱 새롭고 깊이 있는 기쁨으로 오는 것 입니다.
바람소리는 그 소리를 귀로 들을 때 비로소 바람소리가 되고, 꽃향기는 그 냄새를 코로 맡을 때 마침내 꽃향기가 되지 않겠습니까.y
경청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y
2000년 00월 00일
회사 세미나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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