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스피치_구직자 세미나 강사 3분스피치(프리터족)

프리터족
살다 보면 먹고 사는 처지를 사람들에게 설명해야 할 때 여러 모로 난감한 적이 많습니다.y
구직중 이라는 말도 한두 번이지 시간이 지체되다 보면 머쓱하기 마련입니다.
어찌어찌 들어간 대학원은 휴학 중이니 학생이라 말하기도 그렇고 올해 들어 아침에 녹즙 배달하고 점심 때 카페에서 커피 날라 부지런히 살고는 있으나 그야말로 호구지책이지요.
어른들이 그거 해서 먹고 살 만은 하냐고 종종 묻는데 법정 최저임금이 4110원이고 카페 시간당 임금은 4200원이니 한 시간 일해도 그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사먹을 돈도 안 되고 1300원짜리 녹즙 한 병 팔면 수당을 4분의 1 받으니 먹고 사는 게 만만하지 않지요.물론 녹즙이 어떻고 카페가 어떻고 원고료가 어떻고 주섬주섬 대답하기 싫을 때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용어가 있습니다.
바로 프리터입니다.
그러나 그 단어만은 죽어도 사용하고 싶지 않습니다.y
그러나 뭐 하느냐고 묻는 쪽에서 먼저 프리터 족이시네요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나 뼈를 깎도록 일해서 식구 먹여 살렸다는 자부심이 넘치는 어르신들 표정은 일본에서 돈은 적게 벌더라도 남는 시간에 자유롭게 사는 젊은이들을 일컫는다는 이 말을 발음할 때, 그 표정이 하나같이 동일합니다.
울분과 분노와 묘한 부러움과 경멸, 뭐 이런 것들이 미묘하게 뒤섞여 있는 바로 그 표정을 보기 싫기 때문에 그 단어를 절대 사용하지 않지요.
그 표정에는 그쪽에서 굳이 입을 열어 말하지 않아도 외국 영화처럼 자막이 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일해서 우리나라 경제를 이렇게 일궜는지 알고는 있느냐, 우리 같은 사람이 뼈가 부서지도록 일했기 때문에 그걸 딛고 너 같은 녀석들이 칠렐레 팔렐레 노는 둥 일하는 둥 하면서 그렇게 살 수 있는 걸 알기나 하냐.
젊은 것이 남들 보기에 멀쩡한 노동을 해야지 요즘 것들은 틀려먹었어, 부모가 피땀 흘려 대학까지 보내 줬으면 일 같은 일을 해야지 흥 프리터라 프리한가 보구나.y
이기적인 것들, 뭐 대충 그렇게 쓰여 있습니다.
지금 저를 보고 이런 생각하시죠.하고 좔좔 읊어 주고 싶을 정도 입니다.
그러나 이쪽에서도 억울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프리터가 된 젊은이들 중 정말 프리하고 싶어서 프리터가 된 이가 몇이나 될까요.프리하게 살지 않고 바쁘게 살고 싶지만 사회 진입 장벽이 높아진 데다 병목 현상까지 심해져서 한번 프리하면 영영 프리하기 일쑤입니다.
게다가 프리터 노릇 하기가 쉬운 것도 아닙니다.
24시간 뼈해장국 같은 곳을 빼면 웬만한 요식업계 서비스 업종은 25세 이하, 하는 식으로 연령 제한을 확실히 그어 놓고 부리는 쪽이나 부림당하는 쪽이나 이곳은 잠시 머물렀다 가는 곳, 하는 식으로 속이고 속으니 임금도 낮고 기껏해야 사회 경험 쌓기나 소일거리 취급을 받지만 잠시 머물렀어도 도무지 갈 곳이 없는 것 입니다.y
그리고 어떤 젊은이건 그들을 보는 요즘 사회의 시선은 대체로 경멸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그 진입장벽을 뚫고 잠깐 머물렀다 나가려고 아득바득 애쓰는 애들은 낭만을 모르고 학점에 목숨 걸고 스펙이나 쌓고 제 잇속이나 차리는 것들이고, 어떻게든 살겠다고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졸업하지 못하고 거기 머무르는 애들은 진짜 노동을 모른 채 철없이 저 살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사는 것들 입니다.
그래서 주문이 막 들어오지요.눈을 낮춰라, 중소기업에 가라, 공장에서 일해라.그런 주문만 들어오는 것도 아닙니다.
젊은이다운 반항 정신을 가져야지 왜들 순응적이냐, 정치적으로 깨어 있어라, 기타 등등 주문은 많고 소화는 도무지 어렵습니다.y
그리고 이렇게 조용히, 주문 많은 시대에서 88만원 세대는 경멸받는 데 익숙해짐을 어른들이 가여이 여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경청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y
2000년 00월 00일
구직자 세미나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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