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 합시다.
책에 밑줄 긋는 것을 좋아합니다.y
책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치고는 책을 막 다루는 편이지요.
떠오르는 생각을 마구 적어대는 통에 빈 공간이 까맣게 변하기도 하고, 밑줄 그을 펜이 없으면 귀퉁이를 서슴없이 접기도 합니다.
연필로 긋고는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서 자습서에 하듯 형광펜으로 다시 긋기도 합니다.
그래도 부족하면 그 옆에 엄청 큰 느낌표라도 그려 넣어야 직성이 풀릴 지경이니 조금은 의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이 훼손될까봐 항상 책을 곱게 포장하는 친구들은 나의 행동에 기겁을 하지요.
책에 대한 모독이라도 된다는 듯이 말 입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소중한 책에 밑줄을 그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머리가 띵! 해지는 순간, 바로 그 띵!을 저장하고 싶어서 입니다.
그래야만 비로소 책을 만났다는 기분이 듭니다.y
물론 이렇게 해도 오랜만에 책을 펼쳤을 때 예전의 기억이 모두 살아나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의 기억을 되살리려고 책 한 권을 몽땅 다시 읽다가 전혀 다른 부분에서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
같은 책이라도 띵!이 매번 달라지기 때문인데, 그게 독서의 재미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새롭게 밑줄을 긋습니다.
이러니 책이 지저분해질 수밖에 없겠지요.
얼마 전 박완서 작가님의 부음을 들었을 때 내가 한 일은 책장에서 그 분의 책을 모두 꺼내어 보았습니다.
역시나, 밑줄 그은 부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빨리 찾아야 한다는 조바심은 이상하게도 절대로 못 찾을 것 같은 절망감하고 붙어 다녔다나 울기 좋은 자세를 취하고 나니 되레 울고 싶은 마음도 눈물도 싹 가셔버렸다 같은 문장은 앞뒤를 떼어놓고 보아도 공감이 갑니다.
읽을 당시에도 단번에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음이 분명하지요.y
이런 부분도 있습니다.
양말 깁기나 뜨개질만큼도 실용성이 없는 일, 누구를 위해 공헌하는 일도 아닌 일, 그러면서도 꼭 이 일에만은 내 전신을 던지고 싶은 일… 오래 너무 수다스럽지 않은, 너무 과묵하지 않은 이야기꾼이고 싶다
옆에는 저두요!라는 글씨가 눈에 띕니다.
얼마나 힘주어 눌러썼는지 문학청년이었던 포부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렇지, 저도요, 도 아닌 저두요, 라니!
밑줄 그은 글과 내가 보탠 낙서를 읽다보니 나만의 추모식을 하고 있는 듯 한 기분이 듭니다.
박완서 작가님과는 일면식도 없었지만, 나 홀로 글을 통해 교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 터이겠지요.y
책을 읽을 때의 습관이라는 것은 참 좋은 말 인 것 같습니다.
습관이라는 의미자체가 그렇습니다.
오래도록 되풀이 되는 그 무엇이라는 말인데, 책을 많이 읽는다는 또 다른 말이니 말입니다.
여러분도 책을 읽을 때의 나만의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것이 무엇이던, 어떻습니까.
읽는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y
경청해 주신여러분 감사합니다.y
2000년 00월 00일
독서 동호회 발표자
Comments Off on 3분스피치_독서 동호회 발표자 3분스피치(다독, 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