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스피치_독서 동호회 발표자 3분스피치(다독, 습관)

다독 합시다.
책에 밑줄 긋는 것을 좋아합니다.y
책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치고는 책을 막 다루는 편이지요.
떠오르는 생각을 마구 적어대는 통에 빈 공간이 까맣게 변하기도 하고, 밑줄 그을 펜이 없으면 귀퉁이를 서슴없이 접기도 합니다.
연필로 긋고는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서 자습서에 하듯 형광펜으로 다시 긋기도 합니다.
그래도 부족하면 그 옆에 엄청 큰 느낌표라도 그려 넣어야 직성이 풀릴 지경이니 조금은 의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이 훼손될까봐 항상 책을 곱게 포장하는 친구들은 나의 행동에 기겁을 하지요.
책에 대한 모독이라도 된다는 듯이 말 입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소중한 책에 밑줄을 그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머리가 띵! 해지는 순간, 바로 그 띵!을 저장하고 싶어서 입니다.
그래야만 비로소 책을 만났다는 기분이 듭니다.y
물론 이렇게 해도 오랜만에 책을 펼쳤을 때 예전의 기억이 모두 살아나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의 기억을 되살리려고 책 한 권을 몽땅 다시 읽다가 전혀 다른 부분에서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
같은 책이라도 띵!이 매번 달라지기 때문인데, 그게 독서의 재미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새롭게 밑줄을 긋습니다.
이러니 책이 지저분해질 수밖에 없겠지요.
얼마 전 박완서 작가님의 부음을 들었을 때 내가 한 일은 책장에서 그 분의 책을 모두 꺼내어 보았습니다.
역시나, 밑줄 그은 부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빨리 찾아야 한다는 조바심은 이상하게도 절대로 못 찾을 것 같은 절망감하고 붙어 다녔다나 울기 좋은 자세를 취하고 나니 되레 울고 싶은 마음도 눈물도 싹 가셔버렸다 같은 문장은 앞뒤를 떼어놓고 보아도 공감이 갑니다.
읽을 당시에도 단번에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음이 분명하지요.y
이런 부분도 있습니다.
양말 깁기나 뜨개질만큼도 실용성이 없는 일, 누구를 위해 공헌하는 일도 아닌 일, 그러면서도 꼭 이 일에만은 내 전신을 던지고 싶은 일… 오래 너무 수다스럽지 않은, 너무 과묵하지 않은 이야기꾼이고 싶다
옆에는 저두요!라는 글씨가 눈에 띕니다.
얼마나 힘주어 눌러썼는지 문학청년이었던 포부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렇지, 저도요, 도 아닌 저두요, 라니!
밑줄 그은 글과 내가 보탠 낙서를 읽다보니 나만의 추모식을 하고 있는 듯 한 기분이 듭니다.
박완서 작가님과는 일면식도 없었지만, 나 홀로 글을 통해 교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 터이겠지요.y
책을 읽을 때의 습관이라는 것은 참 좋은 말 인 것 같습니다.
습관이라는 의미자체가 그렇습니다.
오래도록 되풀이 되는 그 무엇이라는 말인데, 책을 많이 읽는다는 또 다른 말이니 말입니다.
여러분도 책을 읽을 때의 나만의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것이 무엇이던, 어떻습니까.
읽는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y
경청해 주신여러분 감사합니다.y
2000년 00월 00일
독서 동호회 발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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