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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스피치_요리 동호회 강사 3분스피치(음식, 즐거움)

음식의 즐거움
위장보다 더 큰 식욕을 가진 이는 불행하다.
토마스 엘로이드의 이 기준에 의하면 저는 불행한 사람입니다.
한낮에 점심을 바라는 사람이 있다.그런데 마음에서 노래나 시나 그림 주제가 떠오른다.과거에 몇 번이고 되풀이했고 앞으로도 천 번쯤은 되풀이할 점심 자리에 앉아야 하는가, 아니면 자신에게 가장 크고 궁극의 만족을 줄 것이 분명한 욕망을 골라 점심은 그만두고 얼개를 적어야 하는가?
스콧 니어링의 이 질문에 따르면, 저는 정신의 양식보다 먹지 않아도 좋을 점심이나 탐하는 하등 동물 인 셈입니다.
밥 맛 없고 잠을 잘 자지 못해 괴로운 이들이 들으면 경을 칠 노릇이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아니 최악의 상황일수록 잘 먹고 잘 자야 한다며 오기를 부리는 쪽입니다.
엥겔계수 낮추기와 잠자는 시간 줄이기가 평생 과제이다 보니 하루 두 끼 식사와 4시간 수면 덕분에 날씬하고 책도 많이 읽을 수 있다고 자랑하는 친구가 그리 얄미울 수 없습니다.
뇌가 밥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도록 천천히 먹으면 된다기에, 티스푼으로 밥을 먹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음악 듣고 책도 읽으며 밥을 먹어야 시간을 효율적으로 쓴 것 같아 안심이 되니, 식사 양 줄이는 데는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혼자 식사할 때에도 찬을 제대로 갖춘 식탁에 앉아 여왕처럼 먹는다는 이도 있건만, 식사 준비 시간과 설거지 거리 줄이는 게 더 중요한 저는 무수리처럼 먹어댑니다.
다행인 것은 재료, 시간, 정성을 들이면 들일수록 내 요리는 맛이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재료의 풍미를 살린, 손 덜 가는 식사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야채에는 드레싱을 뿌리지 않으며, 과일은 절대 믹서에 갈지 않고, 두부도 부치거나 찌개를 만들기보다 물에 데쳐 그냥 먹습니다.
밥, 감자, 고구마는 70%만 익혀 생식 느낌을 살립니다.
이러다 보니 설탕, 소금, 마요네즈 살 일이 없어졌고 시간과 연료도 대폭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요리 못하고 요리하는 시간도 아까워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지만, 사실 요리 프로그램이나 책을 보면 이렇게까지 하면서 목숨을 부지해야 하나 싶습니다.
오징어도 시금치도 귀한 생명이기는 나와 마찬가지인데, 저리 칼질 당하고 들볶이다 죽으면 인간이 얼마나 원망스러울까요.
헬렌 니어링도 에메트 덴스모어 박사도 내 편을 들어주십니다.
더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조리한다고 말한다.조리를 해야 맛이 더 좋을까? 생사과에 소스 뿌리는 사람은 없다.하지만 사과를 구우면(조리해서 사과를 죽이면) 그때는 계피나 너트멕, 설탕, 메이플 시럽, 건포도, 크림 등을 넣어 맛을 낸다.
현대 조리법에서 요리사가 제 몫을 다하기 위한 뫈은 오로지 고도로 복잡하고 교묘하게 양념한 요리와 소스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키우는 데 있게 되었다.
요리로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저는 쇠고기와 조갯살을 다지며 괴롭히느니 생식을 택하겠다는 주의 입니다.
우유와 스시를 좋아하는 채식주의 지망생의 비겁함이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말입니다.
경청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2000년 00월 00일
요리 동호회 발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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