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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스피치_의대 특강 발표자 3분스피치(공감, 진료)

공감하면서 진료 하시기를 바랍니다.
환자와 참 많은 이야기를 하는 곳.
질병이나 증상과 관련된 이야기만이 아니라, 얼핏 그런 것들과는 상관없을 것만 같은 일상적인 이야기들도 많이 오가는 곳.
환자와 의사가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수다를 떠는 것 같은 비효율적인 모습으로 진료를 하게 된 것은 사실 처음부터 의도한 일은 아니었습니다.y
처음 진료를 시작할 때는 환자의 질병 상태를 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기반해 그 사람이 필요로 할 것 같은 의학적 정보를 풍부하게 전달하면 진단이나 치료의 정확성도 증대되며, 흔히 말하는 환자 의사 관계에서의 라포르도 강해 질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한참이나 부족한 저의 생각은 진료를 시작한 뒤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당뇨 문제로 오신 아버지의 친구분을 진료하는 과정을 통해 무너지게 되었습니다.
이 분은 자신의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는 무척이나 생기가 있었고 적극적이었습니다.
습관적으로 저녁때 고기를 먹는데 이게 그렇게 맛있다거나, 배고플 땐 되도록 달지 않은 음식을 먹으려 하니까 괜찮다거나, 산에 가는 걸 좋아하니까 약을 덜 먹어도 충분히 건강을 찾을 것 같다고 생각하신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저는 의욕이 앞서는 의사로서 이 분의 잡담이나 하소연에 가까운 이야기, 심지어 의학적으로는 전혀 잘못된 이야기를 무조건 예, 그렇군요.하며 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에 답답함과 피곤함을 느꼈습니다.
말의 중간에 잠시 공백이 생긴다거나 의학적으로 커멘트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면 말을 가로막다시피 하며 이 분의 생각이나 상황을 최대한 의학적으로 해석하고 올바른 정보를 드리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지요.y
그러나 제가 의학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 설명할 때면 전혀 듣지 않으시는 것 같았습니다.
열심히 하는구나, 그래 고맙네.라는 표정으로 고개는 끄덕이지만, 별 감흥 없이 묵묵히 고개를 기웃기웃 거리고 계셨을 뿐이었습니다.
장장 한 시간이 넘는 긴 진료시간동안 서로 조금은 지쳤지만, 저는 과거력과 가족력에 대해서도 어느 의사보다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y
그동안의 치료 결과가 왜 좋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추정할 수 있을 만한 근거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당뇨의 병태생리, 드시는 당뇨 약의 기전, 식사를 하실 때의 원칙과 생활 습관에서의 주의사항 등등에 대해서 올바르고 정확한 정보를 자세히 알려드렸으니 이제 잘못된 생활 습관도 스스로 개선하실 수 있을 테니 성공적인 진료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저의 생각은 진료를 마칠 때 던지신 마지막 한 마디에 일격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자기 전에 라면 하나 정도 끓여 먹는 건 괜찮은 거지? 배고플 때는 어떻게 그냥 잠들기가 힘드니까 말이야.
정말 힘이 빠지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y
한참동안 이야기한 칼로리와 혈당의 관계, 규칙적이고 제한된 식사를 통한 당뇨 관리법에 대해서 정말 이해하기 쉽게, 자세하게 설명을 듣고도 이런 것을 물어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지요.
그 긴 진료시간동안 무엇을 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중에 아버지께 들어서 알게 된, 친구 분의 진료 경험담은 깊은 고민을 던져 주었습니다.
여러 가지로 애쓰는 것 같기는 한데, 별로 와 닿지는 않더라.
단지 친절하고 자세히 설명 잘 하는 것으로는 스스로가 원하는 방향으로 의사-환자 관계의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 올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는 계기가 된 이 진료 시간은 아직도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y
다행히도, 저의 말을 들어 주고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환자들과 충분한 시간동안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계속 있었기에 운 좋게도 환자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단지 마음이 통하는 친구의 관계가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은 나에게 의사로서의 정확한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많이 주게 되었고, 내가 설명하는 내용들을 개인의 상황에 맞추어 잘 받아들이고 공감하며, 실제로 행동에 옮기게 되었기 때문에 원래 추구하던 의료적인 효율성을 역설적으로 달성할 수 있게 되는 의사-환자 관계가 만들어 진 것 입니다.
환자들은 흔히 의사가 불친절하고 설명도 잘 해주지 않고 이것저것 물어봐도 귀찮아한다고 불평 합니다.
그러나 의사들은 환자가 자기 말만 하려고 하고, 의사의 정확한 지시와 설명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들이 편할 대로 행동한다고 불평 합니다.
서로의 말을 듣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 현실이 비단 진료실 안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의료계의 척박한 여러 현실을 의사가 환자에게, 환자가 의사에게 진정을 보여주기 어렵게만 만들고 있지요.
그러나 의사가 의학적인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던 환자의 일상적인 이야기와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의사와 환자는 서로에게 믿음을 보여 주고, 도움을 주는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경청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y
2000년 00월 00일
의대 특강 발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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