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스피치_학부모 세미나 강사 3분스피치(압박, 부담)

우리 아이들에게 봄은 언제 올까요.
6월의 화사한 토요일 오후에 이 땅의 중고생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친구들과 어울려 즐기느라, 책을 읽느라 바쁜 것일까요?
아니면 자연과 벗하려고 산과 들로 달려간 것일까요?
그러나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y
그들 모두 교실이든 공부방이든 좁은 공간에 갇혀 있음을.
미성년인 고등학생들에게 너는 1등급이다, 너는 9등급이다라고 매기는 반인권의 교육 환경에서, 옆 자리 친구를 누르고 한 등급이라도 올리겠다고, 그래서 어떻게든 상위권 대학에 들겠다고 안간힘 쓰느라 꽃봉오리 같은 아름다운 시절을 온통 저당 잡히고 있음을.
과거엔 그나마 고등학교 시절만 저당 잡히면 되던 것이 점차 중학 시절, 초등 시절, 유치원 시절까지로 확대되고 있음을.
그러면 대학에 입학하면 오늘을 저당 잡히는 삶을 마칠 수 있을까요?
대학생이 되어 느끼는 자유도 잠깐, 낭만도 잠깐, 대학 4년 동안 취업을 위해 또다시 저당 잡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y
그러면 직장을 얻으면 오늘을 저당 잡히는 삶을 끝낼 수 있을까요?
또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습니다.
비정규직의 빠른 확대 속에서 일상화된 구조조정과 고용불안의 위협과 성과주의의 감시와 통제가 기다립니다.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사회에 닥친 1997년 외환위기는 물질 지상주의와 결합되어 사회구성원에게 아무도 나의 내일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학습효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각자는 불안한 내일을 안전하게 도모하겠노라고 오늘을 저당 잡힙니다.
청소년기, 대학, 직장의 모든 오늘을 빼앗기는 삶.
그런 삶은 당연히 오늘의 나에게 성실할 수 없고, 나에게 성실하지 못한 오늘이 타자에게 성실할 수 없습니다.y
각자는 오늘 행복감을 느끼기 어렵고, 이웃 간 배려와 관심, 연대를 기대할 수 없으며, 형제 간 우의도 사라지고, 재산 없는 부모는 학대의 대상이 되지 않더라도 귀찮은 대상이 됩니다.
노동시간, 노동 강도, 노동재해, 과로와 스트레스, 근골격계 질환, 자살률, 범죄율, 출산율 급감 등에서 한국이 세계 일등을 다투는 데에는 안전망이 부족한 사회에서 구성원들이 불확실한 내일 때문에 오늘을 끝없이 저당 잡히는 삶을 강요당한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꽃피는 봄은 언제야 오고 마는 것일까요.
죽기 직전, 눈감기 직전 그런 해방감을 맞보고 느낄 수 있을까요.
내가 그랬듯, 나의 아이들도 이런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는 상황을 대물림하는 것은 아닐는지요.y
경청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y
2000년 00월 00일
학부모 세미나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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