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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스피치_노숙인 공동체 모임 발표자 3분스피치(행복, 행운)

행운보다 소중한 행복을 얻었습니다.
저는 한 번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 서 본 일이 없습니다.
저와 같은 처지의 친구들이 지하철 판매원을 하고,
사람들 앞에서 물건을 꺼내 부리고 파는 일에 익숙해질 때에도 저는 거리에서 눈 감고 귀 막은 채로 살았습니다.y
그래서 오늘 여러분을 대하매 이렇게 떨리는 모양입니다.
또 한 가지, 저는 살아오면서 한 번도 제 이야기를 들어주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을 만난 적이 없습니다.y
길을 걷는 사람들, 역을 지나치는 사람들은 우리의 이야기를 궁금해 하기보다는 우리의 행색과 우리에게서 풍기는 악취에 인상을 찌푸릴 뿐이었습니다.오늘 이 못나고 부족한 사람의 삶을 듣기 위해 눈을 반짝이고 있는 여러분 앞에 저는 어쩐지 자꾸 부끄러워집니다.y
참으로 못난 삶이었습니다.
실직하고 오갈 데가 없게 되고, 빚더미가 쌓이면서 저는 가족을 버렸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저를 떼어냄으로써 가족의 삶이 편안할 수만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노숙의 날들이 시작되었습니다.
남루한 옷과 부끄러움은 오래지 않아 익숙해졌습니다.다만 딸아이 또래의 학생들만 보면 자꾸만 눈길이 머물게 되어 흉흉한 세상에 오해를 산 적이 많았습니다.
절망의 사연은 이렇듯 끝도 없습니다.우리는 세상을 등졌고, 세상은 그런 우리에게 더없이 가혹했습니다.날씨가 추워오는 겨울, 길바닥에서 죽어나간 노숙인들도 헤아릴 수 없습니다.y
이만 제가 만난 희망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제게 한 끼의 식사를 제공하였습니다.
우리 노숙인 만큼 한 끼 밥을 귀중히 여기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한 그릇의 국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밥이 곧 보물처럼 여겨졌습니다.
또한 여러분은 우리에게 꿈을 이야기했고 생활을 이야기했지요.
생활이라는 것은 불가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y
더군다나 꿈이라니요.
하지만 여러분이 제공하는 여러 사업들에 동참하다 보니 저도 다시 살아보고 싶어졌습니다.다시 책을 읽고, 목욕을 하고, 적은 돈이지만 스스로 일해 돈을 벌고… 주말이면 제가 버릇처럼 사던 복권을 사지 않은 지 이제 두 달이 넘었습니다.예전의 저는 그렇듯 행운이 먼저 다가와주기만을 바랐습니다.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일확천금의 요행을 바라며 살던 지난날을 청산하고 제 몫의 행복을 일구어가고 싶습니다.그리하여 언젠가는 떳떳한 모습으로 다시 가족을 찾아가고 싶습니다.y
제게 행복을 꿈꿀 기회를 주신 것 잊지 않겠습니다.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경청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y
2000년 00월 00일
노숙인 공동체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