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는 도전과 젊음 입니다.
햇살 좋은 가을 국도에서 심심찮게 모터 사이클 족들을 만납니다.
질서정연하게 장관을 이루어 달리지만 각자의 개성은 현란하리만치 자유분방 합니다.
동료들과 유대감을 가지고 같은 뫈지를 향해 가는 라이더들의 표정은 밝고, 라이딩은 진지하기만 하지요.y
이런 사람들은 대개 자나 깨나 귓전에서 바람 소리가 들리는 병을 앓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앉으나 서나 온 몸의 세포는 진동을 탐하고, 틈만 나면 지도를 펴놓고는 대륙의 끝을 헤아립니다.
이제나 저제나 길 떠날 준비를 하다가 결국 저녁이 되면 가죽옷을 벗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이 위험한 걸 와 탈라 합니까?
아내의 반대는 소형 2종 면허를 따던 뒷날, 바이크가 집까지 배달되던 저녁이었습니다.즐기자고 하는 거, 죽으려고 타겠나?라고 변명했지요.
그 후, 봄여름 가을 겨울 미친 듯이 타고 다녔다.슬립도 하고 죽을 고비도 넘겼습니다.
50을 넘기며 되돌아보면 이렇게 살려고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젊은 날의 꿈은 구체적이지 않았지만, 가죽옷을 벗고 집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삶이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y
그것은 아마 그런 인생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대학 동기들을 만나 우리 서방님이 갑자기 오토바이 탄다고 야단이다라고 하니까 남자 동기들이 하는 말, 와, 너희 서방 남자의 로망을 이루었네.라고 했다고 전해 옵니다.
바이크를 타는 사람들은 가슴을 치는 이 고동 소리에 잠을 이룰 수가 없어서 바이크를 탄다.라기도 하고, 엄청난 속도로 좌로 우로 눕혀도 뒤집어지지 않고, 도로를 이탈하지도 않으며 정확하게 뫈지에 도달하는 정교한 기계성이 놀라워서 탄다고도 합니다.어떤 이는 그런 것들이 아니라 바람을 가를 때 느끼는 한없는 자유 때문에 나는 바이크를 탄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y
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그럴싸하지만, 아내의 전언으로 저는 하나의 이유를 얻게 되었습니다.
젊은 날의 꿈이 구체적이든 구체적이지 않던 자신의 꿈을 명징하게 이룬 사람은 세상에 별로 없을 것이겠지요.
예술가가 되고 싶어 예술가가 되거나, 과학자가 되고 싶어 과학자가 된 사람일지라도 항상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은 있지 않을까요.
동쪽을 보면 서쪽을 볼 수 없는 이치와 같습니다.
아니면 지금 이 위치나 입장보다 나은 예술가나 과학자가 될 희망의 꿈을 놓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y
바이크를 타는 것이 남자의 로망이라면 그것은 일정 경제적 부담만 해소하면 누구나 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타는 것은 아니지요.
가끔 친구들 중에 자신도 바이크를 타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탈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답이야 간단합니다.
우선 면허를 따고 바이크를 사서 타면 되는 간단한 논리 입니다.
그렇게 물어 온 수많은 친구 중에 아직 바이크를 타는 친구는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아는 분은 나이 70에 바이크를 시작 했습니다.
바이크를 타기 위해 근력 운동을 하며 젊은이들과 어울립니다.
그리고 자신의 닉네임을 슈퍼맨으로 지었답니다.y
지구를 돌리는 슈퍼맨이 아니라 자신의 생에 활력을 불어 넣는 슈퍼맨으로 로망을 이루고 있습니다.
젊어서 하지 못한 일을 지금 하고 계시는 셈 이지요.
우리는 그 분을 존경하고 그 분은 젊은이들을 아낍니다.
영국의 영화배우 이완 맥그리거는 런던에서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해 알래스카, 캐나다를 거쳐 미국 대륙을 지나 뉴욕으로 가는 대장정을 바이크로 내달렸습니다.
젊은 날에 하고 싶은 것을 젊은 날에 실행한 것이라는 이념아래 부산에서 속초를 지나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유라시아 대륙을 일주일 만에 주파해 고국 핀란드로 돌아간 초인적인 외국인도 있습니다.
바이크는 이동 수단이기도 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용광로가 되기도 합니다.y
세상에 위험하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오토바이를 타는 일뿐 아니라 어떤 일을 성취하고자 할 때 무엇 하나 제대로 약속된 결과를 미리 알고 도전할 수 있는 일이 세상에 어디 하나 있기나 합니까.
아내의 말을 통해 내가 깨달은 것은 사람들이 할 수 없다고 다양한 이유를 댈 때, 그것을 극복하고 도전하며 실행해야 로망이 성취된다는 것입니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들에 대한 도전과 실행이 바로 로망이기도 한 것입니다.
새로운 도전을 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래야 로망을 이루고도 가죽 옷을 벗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경청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y
2000년 00월 00일
바이크 동호회 발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