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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스피치_여행 동호회 강사 3분스피치(여행, 안식)

여행의 안식
휴가 특집 기사에 눈이 머물고 마음이 달뜨는 때입니다.
신문과 잡지에 명사들의 휴가 추억담과 휴가 계획 소개가 빠지지 않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피서지, 휴가지에서 만난 잊을 수 없는 사람, 휴가에 동반하고픈 사람 등등.휴가철이면 떠오르는 유명 리조트 광고 문구도 있지요.y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예전에는 짧은 시간에 적은 비용으로 많은 것을 봐야 한다며, 눈도장만 찍으며 여러 나라를 도는 배낭여행을 강행했습니다.
어렵게 시간 냈고, 힘들게 마련한 경비니 얻어갈 수 있는 건 하나도 빠뜨리지 않아야 한다며, 시시콜콜한 것까지 카메라에 담고 메모하며 부지런을 떨었습니다.
기차 타고 한 달 만에 유럽 10여개 나라를 주파하고, 미국의 동서 해안 도시를 기차 타고 한 달 만에 훑는 여행은 철인 10종 경기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그때의 굶주림과 추위와 외로움이 어찌나 뼈에 사무치던지, 이후에는 동남아 패키지여행으로 작전을 바꾸었으니 말입니다.y
앙코르와트 둘러보는데 20만원밖에 안 들었다고 자랑하면 친구들은 여행의 달인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열대 과일만 먹다 와도 남는 거라며, 비수기 동남아 저가 패키지여행만 공략한 덕분이입니다.
그러나 이런 여행이 대개 그러하듯, 어느 나라에 가서 무얼 보고 왔는지는 가물가물하고, 한약 파는 허름한 가게에서 장광설에 지루해한 기억밖에 없습니다.y
해외여행의 꿈을 거지꼴 배낭여행과 싼 패키지 상품으로 풀었던 한국인은 나만이 아닐 것입니다.
이런 한풀이와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여행의 질, 진정한 휴식을 생각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y
그래서 술에 취해 관광버스가 흔들릴 정도로 몸을 흔드는 어르신을 비난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죽 쌓인 게 많고 풀 방법이 없으면 저러실까 싶어서 라는 마음 때문 입니다.y
최근 유럽 여행을 다녀온 선배에게 가장 좋았던 게 뭐냐고 물었더니, 카페 파라솔 아래 앉아 종일지나가는 사람을 지켜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습니다.
제게도 진정한 휴식으로 기억되는 그런 여행의 추억이 있습니다.y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조용한 호텔에서 넷북을 두드리다, 추억의 영화를 보다, 보슬비 맞으며 호숫가를 산책했던 3박4일.
비수기라 4성급 호텔 하루 숙박비는 2만원에 불과했고, 손님이 없어 수영장도 사우나실도 독차지할 수 있었습니다.y
초록으로 흐드러진 벌판과 맑은 개울과 작은 마을을 세 시간이나 유람시켜주는 시골 버스 드라이브는 단돈 1100원.나는 3일 내내 신작로에서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올여름, 저는 꼼짝 않고 서울을 지킬 예정입니다.
남들이 일상으로 돌아온 그때, 트렁크 바퀴 소리를 골목골목 울리며 떠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y
물장구치던 아이들이 떠난 계곡에 텐트 치고 사나흘 책만 읽다 오는, 그런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y
경청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y
2000년 00월 00일
여행 동호회 발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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