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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스피치_유족회 모임 단체장 3분스피치(유산, 계승)

소중한 유산을 기억합시다
안녕하십니까?
밖은 온통 진눈깨비가 흩날리고 있습니다.오시는 길 불편이 많았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이와 같이 좋지 못한 날씨에도 오늘 모임의 의미를 기려 참석해주신 많은 분들, 감사합니다.
우리 유족회는 모두 같은 아픔을 가슴 속에 지닌 채 살아왔습니다.
그것은 시간이 지나도 무뎌지지 않은 채 새록새록 통증을 전해주지요.
계절이 바뀌어 그 잔혹한 5월이 다가올 때에, 맛 좋은 음식을 먹을 때에, 낯익은 길을 걸을 때에 잊지 못할 얼굴들 선연히 살아옵니다.
우리가 소중한 가족의 부재에 흘린 눈물, 모두 합하면 하해와 같을 것입니다.
저 또한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자식을 먼저 보낸 죄인으로 이날까지 살아왔습니다.
강산이 몇 번을 변하였지만 죽은 자식은 그 어디에도 묻을 곳 없었습니다.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 는 말을 흔히들 쓰지만
묻어두기에는 너무 커다란 마음, 너무 큰 슬픔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남긴 것,
영영 지고 갈 슬픔의 무게만은 아닙니다.
그들이 꽃다운 목숨과 맞바꾸어 남겨준 소중한 유산을 우리는 나누어가졌습니다.
불의에 저항하는 정신,
정의롭지 못한 모든 것을 배척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
혹자들은 우리더러 그 날을 모두 잊으라 하였습니다.
시간이 이토록 많이 흘렀으니 타협하고 절충하여 잊고 우리의 몸을 배불리며 그들을 차디찬 무덤 속에 내버려 두라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메시지가 우리를 인간으로 살아있게 하였지요.
유혹의 손길 다가올 때마다 아들 녀석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였습니다.
나를 잊지 말아달라고,
내가, 우리들이 몸 던졌던 이유.
불의와 폭력을 미워하는 마음을 기억하라고 말입니다.
이제 저의 하루하루는 죽음에 가까워 가고 있습니다.y
머리는 온통 하얗게 세고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합니다.
멀지 않은 언젠가 아들 녀석을 만날 때에 저는 자랑스럽지는 않아도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로 남기 위하여 아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들을 지키며 살 것입니다.
여러분께서도 그리 하실 것을 믿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죽지 못한 이유, 이날까지 살아 있는 이유가 아니겠습니까.
오늘 모임이 그들의 유지를 되새기고 다시 잇는 자리가 되기를 기원하면서 인사말을 마
칩니다.감사합니다.
2000년 00월 00일
유족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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