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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_세종 포럼 강연인사말

연설자 : 기획재정부장관
제목 : 세종 포럼 강연
안녕하십니까? 기획재정부장관 윤증현입니다.지난 수요일(4.20일)은 모든 곡물이 잠을 깬다는 곡우(穀雨)였습니다.곡우 무렵이면 못자리를 마련하는 등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됩니다.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땅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쉬임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조병화 시인의 「해마다 봄이 되면」이라는 시처럼 봄은 한 해의 성과를 위해 부지런히 토대를 다져 나가고 충분한 물과 양분을 공급하는 계절입니다.
이러한 면밀한 사전 준비가 뒷받침되어야만 연초에 목표로 했던 성과들을 거둔 채 한 해를 마무리 지을 수 있습니다.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새로운 기초를 다져가야 하는 시점에서 여러 분야의 저명한 인사들과 함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토의하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합니다.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로까지 평가되었던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지도 2년이 넘었습니다.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강화된 경제체질과 기업과 국민들의 일치된 노력, 그리고 신속하고 과감한 정책대응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하였습니다.회복이 지연되었던 선진국과 달리 우리 경제는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수준의 회복세를 보이며 위기 이전의 gdp 수준을 크게 상회하였습니다.주요 선진국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던
2009년에도 플러스 성장(0.3%)을 기록하고 2010년에는 8년 만에 최고 수준인 6.2% 성장하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불대로 복귀하였으며, 작년에 세계 7대 수출대국으로 올라선 데 이어 올해는 무역 1조 달러 달성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위기기간 중 한국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파이낸셜 타임즈는, 한국은 높은 성장률로 교과서적인 회복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한 바 있으며 (korea has pulled off a textbook recovery) 작년 말 세계적 석학인 기 소르망 교수는 한국이 일본을 뒤쫓아가는 시대는 끝났다라는 내용의 칼럼을 가디언誌에 싣기도 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평가가 올라간 것은 분명 긍정적인 일이고, 자부심을 가질 만 합니다.그러나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미래의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습니다.그동안 우리 경제는 선진국을 뒤쫓는 후발주자로서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실패사례를 답습하지 않는 방법을 통해 빠른 성장을 구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게 될수록 모든 역풍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고, 우리에게 적용되는 국제사회의 룰도 보다 엄격해지기 마련입니다.세계경제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겪으면서 새로운 종착지(new destination)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환기적 상황에서 강자가 바뀌기도 하고,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법입니다.새로운 패러다임 하에서 누가 살아남아서 도약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본격적인 제2라운드의
글로벌 경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간 우리가 이루어 낸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제의 전환기를 맞아 우리 경제의 좌표와 전열을 재정비하고 경제여건 변화에 대응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들과 함께 우리 경제가 처한 대내외 환경을 점검해 보고, 앞으로 중점을 두어야 하는 정책 방향에 대해 같이 논의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최근 세계경제 동향을 살펴보면, 국가별로 회복속도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중국 등 신흥국의 높은 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 모멘텀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모습입니다.최근 imf(11.4월)가 유가 상승, 일본 원전사태 등에도 불구하고 올해 세계경제가 4.4%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망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미국경제는 주택시장 부진, 재정여건 악화 등 불안요인이 상존하지만, 가계부채 조정이 상당수준 진전되면서 소비가 늘어나고 가동률이 상승하고 있으며, 그간 부진했던 고용도 개선 조짐이 나타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은 기준금리와 지준율 인상 등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물가상승(11.3월 5.4%)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 안정화 노력이 이어지겠지만, 임금상승, 도시화 등으로 내수확대가 뒷받침되면서 세계경제의 성장 엔진 역할을 수행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하방 위험요인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당초 예상보다 짙게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세계경제의 회복에 따라 국제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의 정세불안으로 국제유가(두바이 油)가 110달러를 넘어서는 등 원자재가격 상승세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리비아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여타 중동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고유가 현상은 올해 세계경제가 헤쳐나가야 할 중대한 도전과제가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이러한 유가와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각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가하면서 긴축정책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중국 등 신흥국들이 작년부터 정책금리 인상 등 긴축기조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어 그간 경기 부진으로 출구전략 시행을 미뤄왔던 유럽중앙은행이 최근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등 선진국들도 긴축대열에 합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그리스(10.5월), 아일랜드(10.11월)에 이어 최근에는 포르투갈이 구제금융 요청을 결정하는 등 유로지역의 재정불안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위기해결 방안에 대한 유로 회원국 간의 합의도출이 계속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가, 재정위기 국가의 회복 부진, 역내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효과적인 메커니즘의 부재 등을 감안할 때 유럽 재정위기는 국제금융시장의 만성적인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 대지진 및 원전사태의 여파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변수입니다.일본은 대지진에 따른 시설 파괴, 전력공급 중단으로 단기적으로 경제활동이 위축될 전망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95년 고베지진 당시처럼 피해복구를 위한 투자가 회복세를 뒷받침하겠지만 향후 원전사태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세계경제 차원에서는 일본산 부품공급 차질로 국제 분업구조(suppy chain)가 교란되거나, 엔화가치와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변동성이 커져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보다 긴 흐름에서 보면, 세계경제는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먼저 경제 질서의 측면에서 보면, 미국중심의 일극 체제가 약화되고, 중국 등 신흥개도국의 발언권이 강화되고 있습니다.미국이 하드파워 뿐만 아니라 소프트 파워를 기반으로 상당기간 국제사회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겠지만 g2라는 용어가 시사하듯이 세계경제에서 중국의 입지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과정에서 강대국 간 주도권 다툼이나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 세계경제는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한편, 경기 변동의 측면에서 보면, 세계경제는 낮은 인플레이션-완만한 변동성으로 상징되는 大 안정기(the great moderation)의 막을 내린 것으로 보여집니다.그간 중국 등 신흥국들은 저가상품 공급을 통해 세계 물가안정에 기여해 왔으나, 임금과 생산비용이 상승하고 원자재시장의 블랙홀이 되면서 오히려 인플레 유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또한, 기후변화 여파로 식품가격 상승이 구조화되고,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지체되는 가운데 화석연료 고갈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면서 비용상승(cost-push) 인플레이션이 수시로 발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더욱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져왔던 많은 부채가 민간부채에서 정부부채로 형태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 있는 가운데,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습니다.일각(el erian 등)에서는, 위기 후에 성장률 자체가 하락하거나 성장률이 회복되더라도 위기로 인한 소득 감소분을 항구적으로 잃게 될 가능성을 새로운 정상수준(new normal)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제금융체제의 측면에서 보면 달러화에 기반한 현행 국제통화제도가 계속 시험대에 오르게 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이미 반세기 전에 예일 大 트리핀(triffin) 교수는,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줄여 달러 유동성 공급을 줄이면 세계경제가 위축되고, 반대로 달러화 공급을 위해 경상수지 적자를 지속하면 달러화의 신뢰성이 저하되어 국제통화제도가 붕괴되는 딜레마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국제통화제도는 국가 간 이해관계의 산물로 단기간 내 국제사회의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운 만큼 그 과정에서 글로벌 투자자금 흐름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선을 국내 쪽으로 돌려 보면 최근 우리 경제는 전반적인 경기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물가가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우선 실물경제는 지난해 6.2%의 높은 성장을 한 데 이어, 금년에도 1/4분기 중 29.9% 증가한 수출에 힘입어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2월 산업활동 지표가 일시적 계절적 요인의 영향 등으로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전반적인 내수와 수출여건이 양호하여 점차 안정적인 회복 흐름을 되찾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경기개선에 따라 32만 개 늘어났던 일자리는 금년 1/4분기에도 42만 개나 증가하면서 임금상승과 함께 가계구매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또한, 늘어난 일자리가 대부분 상용직으로 고용의 구조도 함께 개선되고 있는 추세입니다.제조업 가동률이 예년 평균(00~10년 78.3%)을 웃도는 높은 수준(11.2월 82.5%)을 보이고 있고, 수출 호조로 생산수요가 창출되고 있어 설비투자 여건도 양호한 편입니다.
경기 측면에서의 외부충격을 살펴보면, 구제역 이상한파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내수회복을 제약했던 요인들이 완화될 것이나, 유가 상승과 일본 원전사태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가 구매력 및 경제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편, 물가는 지난해 9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금년 2월에는 4.5%, 3월에는 4.7% 상승하였습니다.이러한 높은 물가상승은 이상한파와 구제역으로 인한 농축산물의 공급 위축과 국제유가 상승 등 공급부문의 충격이 예상보다 크고 집중되어 나타난 데 주로 기인하고 있습니다만, 최근에는 인플레 기대심리와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측면의 물가압력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2% 내외에서 안정되어 왔으나 농축산물, 석유제품 가격상승이 공업제품 가격, 개인서비스 요금으로 점차 파급되면서 3월에는 3.3%로 상승하였습니다.2/4분기 이후 물가는 공급 애로가 완화되면서 농축산물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보이나, 중동사태에 따른 유가 불안 등 위험 요인들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어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특히, 원자재가격 상승 및 인플레 기대심리로 물가상승 압력이 점차 시차를 두고 개인서비스 및 공산품 가격으로 파급될 수 있으며, 공공요금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할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은 향후 물가관리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한편, 국내 금융시장은 중동사태, 일본 대지진 등으로 위험회피 성향이 커지면서 다소 조정을 받았으나,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빠르게 유입되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우리나라의 양호한 경제 펀더멘탈을 고려할 때 기조적인 유입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만, 미국의 양적 완화 종료 등 대외여건 변화에 따라 자본유출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는 만큼 시장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다 긴 흐름에서 보면, 우리 경제는 선진국 진입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생각됩니다.그간 우리 경제는 수출지향으로 부족한 내수시장을 메꾸고 요소투입 확대와 선진국을 따라가는 방식을 통해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성숙단계에 접어들고 중국, 인도 등 대량생산체제에 더 유리한 나라들이 부상하면서 요소투입 확대를 통한 성장은 한계에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특히, 저출산 고령화로 노동공급이 위축될 소지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창의와 혁신을 통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 우 교수도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만이 경제성장의 궁극적인 동력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다음으로, 이러한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과 함께 우리 사회의 갈등과 반목을 극복하고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한 상황에 도달했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는 동남권 신공항, 국제과학 비즈니스 벨트 등 대규모 국책사업의 입지선정과 관련하여 지역 간 갈등이 나타난 바 있습니다.특히, 내년의 양대 선거(총선 대선)를 전후하여 국가 차원에서의 합리적인 대안 모색보다는 지역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정책이 정치권의 아젠다로 부각될 우려가 있습니다.또한, 대-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등 부문 간 격차가 지속될 경우 계층 간 갈등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부문 간 성과 격차는 생산성 등의 차이로 인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이러한 생산성 격차가 구조화되거나 대물림되는 순환고리를 끊지 않고서는 우리 경제의 도약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지역 간 갈등이나 계층 간 갈등처럼 체감도가 높지 않아 바로 표면화되지는 않겠지만, 복지재정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안입니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등 이른바 보편적 복지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습니다.복지와 관련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건설적인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은 바람직합니다만, 무상복지와 같은 과도한 주장으로 자칫 현재 세대의 공짜점심(free lunch)이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것은 아닌지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네 부모님들은 본인들은 덜 먹고, 덜 입고, 덜 쓰면서 자식들에게 조금이라도 풍족한 환경을 물려주려고 노력해 왔습니다.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혜택들은 부모님 세대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부모님 세대의 희생을 되돌려 주지는 못할망정 우리의 후손들에게 부담을 안겨 주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자문(自問)해 보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성장동력의 발굴 육성이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그간 우리 경제의 주력 산업이었던 반도체, 자동차, 조선산업 등이 앞으로도 계속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게을리할 경우 첨단기술에서 선진국과의 격차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등 신흥국과의 기술격차 축소로 nut-cracker 상황이 심화될 지도 모릅니다.
수출중심의 제조업이라는 하나의 다리(leg)에 녹색산업 등 미래지향적인 업종을 새로 장착하고, 서비스산업이라는 또 하나의 다리(leg)를 추가시켜 우리 경제가 빠르게 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대내외 여건을 감안하여 정부는 당초 5% 내외의 경제성장과 3% 수준의 소비자물가 상승, 28만 개의 일자리, 160억 불의 경상수지 흑자를 전망했습니다.이후 우리 경제에 기상악화, 구제역, 유가 상승 등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대내외 여건 변화가 발생함에 따라 정부는 전반적인 거시경제 여건을 점검해 보고 있습니다.
특히, 유가 흐름, 일본 원전사태 등 대외여건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이러한 여건변화에 따라 우리 경제에의 영향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정책여건 변화에 따른 영향을 점검해 나가면서, 탄력적으로 정책대응을 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금년에는 우리 경제가 위기를 넘어, 다함께 잘사는 선진 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데 정책의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 기조 하에 4가지 중점 정책과제를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첫째, 튼튼한 거시경제를 바탕으로 안정성장(stable growth)을 이룰 수 있도록 정책을 운용하겠습니다.
금년도 물가여건은 유가 상승 및 구제역 여파 등 공급 측면 충격과 함께 경제회복과 풍부한 유동성에 따른 수요측면 압력이 함께 작용하고 있어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경제에 물가충격이 발생할 경우 이러한 충격에 맞추어 시장에서 가격이 조정되고 경제주체의 소비나 투자행태가 변화해야 경제에 비효율이 생기지 않으며, 또 다른 불안요인이 생겨도 경제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회를 틈타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인상하고 이로 인해 인플레심리가 확산된다면 우리 경제의 물가안정 기조는 저해되고 서민부담은 가중될 우려가 있습니다.특히, 우리나라의 물가구조를 보면 시장경쟁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유통구조가 취약하며 하방 경직성이 크게 나타나는 등 선진국에 비해 성숙하지 못한 상황입니다.따라서 물가충격이나 인플레 기대심리로 인해 한번 오른 가격은 이후 물가여건이 개선되어도 쉽게 변경되지 않고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됩니다.
최근의 물가충격이 인플레 심리를 자극해 구조적인 인플레로 고착화되지 않도록 하는데, 정부의 역할이 있다고 하겠습니다.상반기 중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물가안정에 두고 전방위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우선 거시정책은 물가안정 기조를 확고히 해 나가는 가운데 물가 흐름과 경기 고용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유연하게 운용해 나가겠습니다.이를 위해 이미 재정적자 규모를 지난해 gdp의 2.7%에서 금년에는 2.0%로 줄였으며 상반기 조기 집행비율도 지난해 61%에서 57% 수준으로 축소하여 긴축적으로 집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은행의 정책금리도 지난 3월 25bp가 인상되는 등 지난해 7월 이후 네 차례 인상된 바 있습니다.미시적으로는 시장수급과 가격의 안정을 위해 장단기 정책을 함께 추진함으로써 인플레 기대심리를 차단하는 데 중점을 둘 것입니다.국내외 가격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필요시 할당 관세 인하를 추가 검토하는 한편, 주요 서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에 대해 편승인상, 담합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공공요금은 당분간 동결 또는 인상 최소화 기조를 견지해 나가되, 향후 인상요인이 일시에 조정되어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겠습니다.아울러 물가안정 기반을 보다 확고히 할 수 있도록 정보공개 확대, 경쟁촉진, 유통구조 개선 등 구조적인 물가안정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에너지 절약과 합리적인 소비생활 유도도 병행해 나갈 것입니다.
다음으로, 대내외 충격에 대비한 사전 대응을 강화하고 경제체질을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가계대출의 보유구조 등이 양호하여 단기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과도한 가계부채는 금리상승, 부동산 침체 등 경제여건 변화 시 채무상환 능력을 저해하고, 이는 소비감소, 성장둔화로 연결될 수 있어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가계부채가 실물경제 성장 속도보다 빠르게 늘지 않도록 총량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주택담보대출의 장기 분할상환 고정금리 비중이 확대되도록 대출구조를 개선하여 가계대출의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해 나가겠습니다.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저축은행, 부동산 pf 대출 등 금융시장의 잠재적 불안요인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해 나갈 것입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서 과도한 자본 유출입은 금융시장과 거시경제 안정에 큰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대외여건의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급격한 자본이동 가능성에 대비하여 선물환 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환원 조치, 외환 건전성 부담금 등 3중 안정장치를 적절히 운용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가 전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데에는 건전한 재정의 역할이 컸습니다.먼 앞날에 대한 헤아림이나 준비가 없으면 가까운 시일에 근심할 일이 생긴다는 논어에 나오는 무원려 필유근우(無遠慮 必有近憂)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재정 총량 관리 강화 등 선제적 재정 건전성 확보노력도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둘째, 따뜻한 서민 경제를 추구해 나가고자 합니다.
최근 경기회복과 함께 고용도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위기 이전의 추세에 비해 일자리가 부족하고 특히 청년층의 고용부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고용이 늘어나야 소득이 생기고 소비가 이루어져서 다시 성장이 촉진되는 선순환이 가능합니다.
일자리를 갖지 못하게 되면 개개인의 직업능력이 떨어져 더더욱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지고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그러한 점에서 일자리 창출은 서민 생활 안정의 전제이자 근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정부는 성장과 고용의 선순환 고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세제 등 경제정책과 제도를 고용 친화적으로 바꾸는 노력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취약계층의 고용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역공동체 일자리 등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은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는 한편,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력을 높일 수 있도록 서비스산업 선진화와 신성장동력 확충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또한, 노사관계 선진화, 고용 근로형태의 다양화 등 노동시장의 유연 안정성 제고를 위한 노력도 병행해 나갈 것입니다.다음으로는, 공정사회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주고 뒤쳐진 사람들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를 줄 수 있도록 불공정한 관행이나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입니다.작년 도요타 자동차의 리콜 사태에 대해 여러 가지 요인들이 지목되고 있지만, 하청업체에 대한 과도한 납품단가 삭감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일본 대지진 및 원전사태 여파로 부품조달 차질 우려가 제기되는 현시점에서 국내 중소기업을 통한 안정적인 부품 조달이 대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얼마나 큰 중요성을 갖는지 깨닫게 됩니다.대기업은 중소기업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공정거래, 협력사 지원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하며, 중소기업도 기술개발과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정부는 취약계층의 자립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포퓰리즘과 차별되는 능동적 복지를 추진하고자 합니다.무상복지는 근로보다는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려는 복지 병을 발생시켜, 저소득층의 자립을 저해하고 국가재원을 낭비하는 폐단을 낳기 마련입니다.근로능력 있는 기초생활 수급자가 자립할 수 있도록 탈 수급 유인을 강화하는 한편, 복지혜택의 부담을 다음 세대에 전가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복지재정의 틀 내에서 꼭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사회보험제도, 복지전달체계 등을 개선해 나갈 것입니다.
셋째, 지속 가능한 선진경제를 지향해 나가겠습니다.무엇보다 수출중심의 제조업과 내수위주의 서비스업의 확대균형발전은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과 질적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입니다.협소한 내수시장과 빈약한 부존자원을 감안할 때 제조업과 수출산업의 경쟁력 확보가 지속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경제에서 고용의 약 70%, gdp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생산성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는 못하는 서비스산업을 그대로 두고는 우리 경제의 선진화는 요원할 뿐입니다.이번 달에 oecd가 발간한 구조개혁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와 선진국의 소득격차는 주로 서비스업의 낮은 생산성에 기인하고 있으며, 규제개혁을 통해 서비스업의 진입 장벽을 완화하여 경쟁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인재들이 그토록 의료와 법률 서비스에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들 업종의 생산성이 높기 때문인지, 아니면 진입장벽으로 인해 경제적 지대를 안정적으로 누릴 수 있기 때문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겠습니다.정부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 나가는 한편, 의료, 교육, 관광 등 고부가가치 업종에 대한 진입 장벽을 과감하게 철폐하는 등 서비스산업의 구조개편을 지속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지식기반사회에서 경쟁력의 원천은 교육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습니다.교육에 자율과 경쟁원리를 폭넓게 적용하여 교육의 질을 제고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한 기본 전제입니다.
따라서 대학교육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혁은 지속해 나가되, 개혁과정에서 뒤쳐질 수 있는 학생들도 결승점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따뜻하고 세심한 보완을 병행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세계는 누가 더 환경친화적인가를 놓고 경쟁하는 green race를 벌이고 있습니다.저탄소 녹색성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이미 미국, 일본, eu 등에서 시작되어
우리나라가 바짝 뒤따르는 형국이지만 우리는 it, 기계 등 관련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됩니다.정부는 녹색기술 등 17개 신성장동력 산업이 빠른 시일 내에 성과를 도출해 낼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전략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이들 산업에 자금과 인력이 원활히 유입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갈 것입니다.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다가올 인구구조 변화는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쓰나미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저도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을 들라고 한다면 저출산 고령화를 떠올릴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산을 주저하는 이유를 찾아 하나하나 풀어가야 합니다.단편적인 대응보다는 출산, 보육, 교육, 주거, 고용 등 생활 전반에 걸쳐 포괄적인 접근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마련한 제2차 저출산 고령화 기본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경제 사회적 영향에 대비해 분야별 대책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임 있는 글로벌 일류경제를 지향해 나가겠습니다.
g20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모멘텀으로 활용하여 우리나라의 대외위상을 지속적으로 제고해 나가겠습니다.지난 2월 파리 회의에 이어 지난주 워싱턴에서 개최된 g2
0 재무장관회의는 선진국과 신흥국의 중재자로서의 리나라의 역할을 재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였습니다.의장국인 프랑스와 미국 중국 등 대외 불균형 논의의 주요 당사국과의 막후교섭을 통해 대립된 의견을 조율함으로써 글로벌 불균형 완화를 위한 예시적 가이드라인 합의에 힘을 보탰습니다.
앞으로도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우리가 확보한 신뢰자본을 바탕으로 국격제고의 모멘텀을 지속하면서, 동시에 대외협력 강화, 개도국에 대한 지원 확대 등 우리의 경제영토를 넓히고 우리의 경제적 위상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해 eu에 이어 한 미 fta 협상을 타결하여 우리는 세계 3대 경제권과 모두 fta 협상을 타결한 세계 유일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금년에도 캐나다 호주 등과 진행중인 fta 협상을 적극 추진하고, 동남아 중남미 등 신흥개도국과의 경제협력 수준도 심층적으로 높여 나가겠습니다.특히, 2015년 미주개발은행(idb) 연차총회를 우리나라에서 개최(11.3월 유치)하게 된 것을 계기로 중남미 국가와의 경협관계가 한층 더 돈독해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제(齊)나라의 경공(景公)이 정치의 핵심을 묻자 공자(孔子)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는 간결하지만 명확한 답을 줬다고 합니다.임금이 임금답게, 신하가 신하답게, 부모가 부모답게, 자식이 자식답게 각자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수행할 때만이
나라가 평안해질 수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국가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장은 시장다워야 하며, 정부는 정부다워야 합니다.시장은 수요자와 공급자 간 활발한 경쟁을 통해 가격 시그널을 매개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장경제이론의 창시자인 애덤 스미스가 인간의 사적인 이익추구가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귀결된다고 주장하면서, 독과점과 경제력 집중이 이러한 시장기능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저는 공직에 입문한 이후 정책판단의 순간마다 시장이 해야 할 역할을 정부가 하는 것이 아닌가,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자문하곤 했습니다.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시장이 시장다워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거나, 시장이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일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 내에 여러 균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사회 전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균형에서 벗어나 물가가 안정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하는 협력적 균형(cooperative equilibrium)으로 유도하는 것은 그러한 정부의 역할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부가 정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효과적인 정책 추진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될 수 없습니다.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정부정책에 따른 시장왜곡 소지를 최소화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상호신뢰를 축적시켜 나가는 과정이 뒷받침될 때만이 효과적인 정책 추진의 필요충분조건이 갖춰질 수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4가지 경제정책 과제들도 시장의 신뢰 협조와 소통이 수반되지 않고서는 당초 의도했던 결과를 거둘 수 없을 것입니다.정부는 신묘년(辛卯年) 한 해 동안 토끼처럼 큰 눈으로 국내외 여건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토끼와 같이 큰 귀로 시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나가겠습니다.낙관의 오류는 버블을 낳고 비관의 오류는 장기불황을 낳는다는 케인즈의 충고를 되새기면서, 시장과 상황인식을 서로 공유해 나가면서 정책을 집행해 나갈 것입니다.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1년 4월 22일
기획재정부장관 윤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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