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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_시동호회 회장 시낭독의밤 인사말

우리 삶의 모든 곳에 시가 있습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가을이 깊어가는 시월의 밤에 친애하는 회원님들과 함께 시와 문학에 대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겨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여러분 또한 저와 같은 설렘과 두근거림을 갖고 오셨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부디 오늘 이 밤이 우리의 삶 속에 특별한 한순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메마르고 척박한 삶 속에 문학, 특히 시는 한 줄기 단비 같은 존재입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삶의 속도를 늦춰주고, 그 속에 여유를 선물하며 사물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볼 수 있게끔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는 역할을 하죠.
하지만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것과 다르게 시란 어렵지 않으며, 거리를 둘 대상이 전혀 아닙니다.
시를 읽는다고 이야기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난해하고 대하기 어려운 사람처럼 구는 부류와 다른 하나는 시를 읽는 것이 마치 대단한 일 인양 놀라는 부류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시가 될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입니다.
굉장히 짧은 시인데도 풀꽃의 사랑스러움이 전해져 오는 것 같지요.
시란, 때로는 이처럼 짧고 간결한 어휘의 조합만으로도 힘을 갖는 것입니다.
그에 비해 영국 낭만주의 시인들의 시처럼 굉장히 길고 섬세한 시들도 있죠.
어느 쪽을 좋아하는지는 중요치 않습니다.
우리가 모여서 할 일은 그저 시를 읽고 감상에 관해 이야기하며 그것들이 가져올 삶의 변화를 지켜보는 일이죠.
이미 우리는 아주 오래전에 중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시에 관해 어떤 이상한 말을 내뱉어도 그것이 정답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거나, 쫓아다니며 그 말이 틀렸다고 지적할 사람이 더는 없다는 뜻입니다.
물론 시를 아주 오래 읽고 시를 쓰기도 하면서 스스로 식견이 넓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그들은 여전히 교사가 되어 우리를 학생 대하듯 힐난하며 우리의 감상평에 a, b-같은 성적을 입력하려 덤벼들지도 모릅니다.하지만 그냥 무시하고 잊어버리게요.
그들이 입력하는 성적이 여러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지는 않습니다.
노래가 어느 곳에나 존재하듯 시 역시 어느 곳에서든 존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있는 그곳에 바로 시가 있는 곳임을 잊지 마시고, 일단 오늘 밤, 이 자리에서부터 천천히 시와 친해지도록 합시다.
감사합니다.
2000년 00월 00일
시 동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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