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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사_대학교 교수 이임인사말(배움과 성숙)

배움에 있어 치우치지 말며 성숙한 사람이 되세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저의 이임식에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주신 교육가족 여러분, 학생 여러분, 학부모님께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햇빛이 찬란한 6월에 여러분께 아쉬운 인사의 말씀을 드려야 하는 마음이 마냥 무겁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더불어 여러분과 함께 했던 지난 9년의 시간이 저에게는 뜻 깊게 다가오며 이것이 끝이 아님을 잘 알고 있기에 서운함은 없습니다.
다만 아쉽게도 온 힘을 다하여 최선을 다 했던 시간이었는지 자문해보았습니다.
학생들과 어울려 세계 문학에 대한 토론을 벌이며 밤을 새기도 하였고 학생 야유회에 따라가 젊은이의 열기를 느꼈으며 축제에 참여하며 흥에 겹기도 하였습니다.
먼저 떠난 누군가의 빈소를 찾아 마음 아프기도 하였으나 우리에게 꼭 필요한 순간이자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삶에서 꼭 필요한 여정을 여러분과 함께 했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제가 사십 대 후반의 나이에 부임하였으니 벌써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야말로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 흐른 것입니다.
영어영문학과 교수님들과 일어일문과 교수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교수님들과 같은 학과에 소속되어 있었다는 것이 기뻤습니다.
교수님들은 항상 배려해주시고 도움을 주셨습니다.
길었던 재직 기간의 세월이 그렇게 길거나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너무나 빨리 지나간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교수님들과 함께 있었던 시간이 즐거웠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y
동료교사들을 잘 만났기에 행복했으며 학생들의 역량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습니다.
제자인 학생 여러분께도 항상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여러분을 가르치는 견해에 있었지만, 여러분이 있으므로 말미암아 저도 여러분과 더불어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여러분을 가르치면서, 아니 여러분과 함께 공부하면서 저는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제자 여러분의 배움에 대한 열정, 그것 하나만으로도 배가 불렀습니다.
긴 세월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젊은 여러분을 늘 대하면서 제 나이를 잊고 살 수 있게 해준 제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덕분에 집에서도 뒤처지는 아빠가 아닌 늘 젊은이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아빠가 될 수 있었습니다.y
새로운 항해를 떠나기에 앞서 두렵지 않고 열정으로 새로 부임하는 학교에서도 열심히 가르칠 것입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풀어쓰는 다산 이야기에서 이와 같은 조언을 한 바 있는데요.
배우는 사람에게 큰 병통 세 가지가 있지.
첫째, 기억이 빠른 점이다.
척척 외우는 사람은 아무래도 공부를 건성건성 하는 폐단이 있단다.
둘째, 글짓기가 날랜 점이다.
날래게 글을 지으면 아무래도 글이 가벼워지는 폐단이 있단다.
셋째, 이해가 빠른 점이다.
이해가 빨라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쏙쏙 받아들이면 아무래도 앎이 거칠게 되는 폐단이 있단다.
넌 그것이 없지 않느냐?
자고로 학문은 도를 닦고 자신을 더 나은 경지에 올리기 위함일진대 지식을 받아들일 때에 동전의 양면처럼 좋고 나쁜 면이 있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남보다 뛰어난 것을 자랑으로 여기지 말고 남보다 더 나은 조건을 가진 것은 남보다 소홀하기 쉬운 상태를 지닌 것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식을 쌓는 데에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대와 세대는 흘러가는 세월과 더불어 끊임없이 변하지만 이런 변화 속에서도 영원한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의 인연이 되어 이곳에서 만났는데 언젠가 다시 만날 때에는 지금보다 성숙한 사람으로 만나야 할 것입니다.
그날을 꿈꾸며 여러분의 열정을 응원하는 교수가 있었음을 기억해 준다면 좋겠습니다.
2000년 00월 00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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