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s Off on 퇴임사_선생님 퇴임식 인사말(작별, 아쉬움)

퇴임사_선생님 퇴임식 인사말(작별, 아쉬움)

떠나는 길이 아쉽지 않도록
안녕하십니까?
오늘 이렇게 많은 학생들 앞에서, 선생님들 앞에서 떠날 수 있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어제 인사말을 준비하다가 울컥울컥 내 가슴 속에 무언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는데,
오늘 와 생각하니 아마도 아쉬움인 모양입니다.y
몇 십 년 동안 매일 아침 여덟시에 나왔는데, 이제 아침에 출근할 일이 없으니 아쉬울 것이고,
이리 좋은 후배 선생님들을 보지 못하니 그 또한 아쉽겠지요.
하지만 가장 아쉬운 것은 무엇보다도 교단에서 떠나는 것, 학생들과 작별하는 것입니다.
늙은 저의 수업이 마음에 안 찼을 수도 있고,
지루하거나 졸리기도 했을 터인데
큰 소동 없이 제 수업을 예의바르게 경청해준 학생들에게 감사하고 또 미안합니다.
선생이란 말은 세상에 먼저 난 선배를 이름이라 하는데,
오롯이 교과목 가르치는 데만 집중하여
세상을 살아갈 때 필요한 이야기라던가 격언, 미래의 꿈 이야기들은 전연 못한 것이 두고두고 미안할 것입니다.
10대에 배운 한 마디가 평생을 갈 텐데 말입니다.명색이 윤리 선생이 되어서, 평생을 딱딱한 교과서만 이야기했으니, 이 또한 아쉽기만 합니다.y
처음 교단에 서게 되었을 때,
저는 저를 가르쳐주신 어떤 선생님보다도 인간적이고 자애로운 선생님이 될 것이라 다짐했었지요.아이들을 위한 삶, 페스탈로치와 같이 아이들 훈육에 제 일생을 헌신하고 싶다는 고결한 마음도 품었습니다.
하지만 긴 세월 속에 좋은 선생이 되자는 자신과의 약속을 얼마나 지켰는지
지금에 와 되돌아보니 부끄럽기만 합니다.
제가 자격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젊고 늠름한 후배 선생님들께서는 아이들에게 꿈을 이야기할 수 있는 교사, 용기를 북돋아주고 인생에 버팀목이 될 수 있는 교사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y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교사가 가르쳐야 하는 것은 알량한 수학공식, 서양 철학가의 이름들, 고전문학 따위만이 아님을 기억해주십시오.그리하여 여러분 모두 교직을 떠나는 날, 저처럼 아쉬워 발 안 떨어지는 일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1년만 더 해보았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하지만 떠날 사람은 떠나야지요.그래야 더욱 젊고 패기에 찬 선생님이 오셔서, 학생들에게 더욱 활기차고 신선한 수업을 해주시겠지요.y
제가 가르친 모든 학생들의 얼굴을, 정든 교정 운동장과 오늘 하늘 빛깔을 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이렇듯 오늘, 노병은 사라집니다.y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2000년 00월 00일
중학교 선생님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