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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_풍성학려 (風聲鶴唳)

“바람 소리와 학의 울음 소리만 듣고도 적병인 줄 알고 공연히 놀라 겁을 먹는다는 데서 나온 말, 겁에 질린 사람은 하찮은 소리에도 놀람을 비유”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이 담긴 사진첩을 볼 때마다 기묘한 기분에 사로잡합니다.
사진 속 아이가 분명 나일 텐데도 전혀 동일시되지 않는 것입니다.
저 녀석은 누구지? 그럴 때면 시간이란 순간의 지속이라는 견해보다 서로 무관한 매 순간들의 집합일 뿐이라는 견해에 마음이 기웁니다.

사진첩에는 젊은 미군이 어린 나를 안은 사진이 한 장 있습니다.
부모님은 사진을 찍은 정황에 대해서는 엇갈린 증언을 하지만 사진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에서는 일치합니다.
요컨대 나는 어린 시절부터 미군과 접촉을 했을 만큼 열린 세계에서 자랐던 것입니다.

소박한 민간신앙을 따르던 부모님은 ‘그런데도 왜 영어를 못하니’라고 타박까지 했습니다.
미군과 사진까지 찍어줬는데 말이지요.
사진 속 미군은 퍽 젊습니다.

지금의 나보다 훨씬 젊은 그는 군복을 입은 늠름한 청년입니다.
풍성학려하는 나와는 달리 미군은 활짝 웃고 있고 있습니다.
경기에 들린 듯 울어대는 어린 나를 두 팔로 안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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